[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 Ⅱ]"윗사람 바꿔""그딴 식으로 하지마" 전화속 폭력에 피멍드는 상담사들

<1> 일상 속 '갑질 언어'

“됐고, 윗사람 바꿔.” “앵무새야? 그딴 식으로 상담하지 마.”


한국지엠 콜센터 상담원이 고객과의 통화에서 매일 접하는 언어폭력이다. 콜센터 직원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근무 7년차 정모씨는 “악성고객 전화를 한번 받으면 다음에는 전화 받기가 겁나 며칠씩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직원은 그런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다”고 전했다.

한국지엠은 결국 지난 6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콜센터 직원 연결음에 ‘마음이음 연결음’을 도입한 것이다.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상담사와 연결되기 전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같은 음성이 먼저 흘러나온다. 감정이 격해져 막말을 퍼부으려던 고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스리도록 해 콜센터 직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결과는 예상외로 성공적이었다. 고객의 상담태도가 크게 바뀐 것이다. “불만이 있어 전화했지만 연결음을 들으니 화를 내지 못하겠다”고 한 고객이 있을 정도다.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량이 ‘연결음을 들은 뒤 상담태도가 바뀌었다’고 답했다. 한국지엠 콜센터의 경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언어폭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7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콜센터 상담사 1,1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근무 중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93.3%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고객의 ‘갑질’이 도를 넘으면 전화를 먼저 끊는 콜센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고객’이라는 미명 하에 행하는 언어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이뤄지고 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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