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 금융위 일자리 확대 생색내기에 휘둘리는 금융사들

[앵커]

다음 주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대규모 채용 박람회가 열릴 예정인데요.

이 박람회에 채용 규모와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채 참여하는데 급급한 금융사가 수두룩합니다. 일부 은행은 현장면접을 한다는데 금융당국의 요구에 예정에 없던 것을 급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고용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생각과 눈치만 보는 업계가 만들어낸 생색내기 행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정훈규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다음 주 수요일(13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공동 채용 박람회가 개최됩니다.

11개 은행, 17개 보험사, 7개 증권사, 8개 카드사 등 총 52개 금융사가 참여하는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 급 채용 박람회입니다.

형식상 주최는 은행연합회 등 각 업권별 협회로 돼 있는데, 이렇게 전 금융권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었던 배경은 따로 있습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처음 당국에서 얘기가 나와 협회들이 같이 전체적으로 움직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고용 확대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금융당국이 행사 개최를 요구하자 눈치를 봐야 하는 업계가 할 수 없이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이번 박람회에는 면접 팀 등 정보제공을 위한 면담과 설명회만 있을 뿐 채용 규모와 일정을 정하지 못한 참여사도 많습니다.

그나마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이 당일 현장면접을 해 우수 면접자에게는 하반기 공채 시 서류전형 면제 특혜를 줄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당국의 입김으로 마지못해 마련된 겁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현장면접은 예정에 없었다”며 “행사 흥행을 위해 금융위 측에서 채용과 연계된 프로그램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은행의 경우 자체 현장면접 프로그램을 지난 7월 마감해 400명의 서류전형 면제자를 이미 발표했는데, 이번 박람회 참여로 갑자기 서류전형 면제자를 추가해야 합니다.

이미 공채를 시작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원서 접수와 별도로 예정에 없던 박람회 당일 현장면접에 나섭니다.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은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 새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박람회를 통해 채용 규모가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금융 당국의 생색내기에 애꿎은 업계와 구직자들이 동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영상편집 소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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