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길어지면 부작용” 경고

"재정건전성 저해·금융불균형 우려
확장 정책, 지속가능성에 유의해야"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년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 피터슨연구소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과도하거나 장기화 되면 정부의 재정 건전성과 경제의 금융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수 확대를 위해 정부가 거시경제정책을 활용하더라도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7일 한국은행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IMF, 피터슨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 대해 “기존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 과정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 등 부문간 불균형이 심화돼 지속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의 리밸런싱(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며 수출과 내수 간 균형 잡힌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 성장, 고용, 내수 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면서 “내수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거시경제정책이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 재정과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확장 기조에 치우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확장적 운용이 장기화되거나 과도하게 되면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금융 불균형을 누적시킬 수 있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의 지속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재정·거시건전성 정책과 미시적 구조개혁정책을 조화롭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금융 불균형이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암시했다. 그는 개회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동안 우리도 불균형이 쌓여왔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가계부채”라면서도 “그나마 우리나라는 다행히 외환 부문 건전성이 많이 좋아졌고 특히 은행에서의 외환 건전성이 좋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용도가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의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 총재는 이날 환영사에서도 “성장의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며 “혁신에 의해 주도되는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재차 역설했다. 그는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관습을 선진화하고 혁신을 자극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유인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지대추구 억제와 규제 완화를 통한 공정 경쟁 촉진, 연구개발(R&D) 투자 활성화를 통한 신기술·신성장동력 발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경제 구조 전반의 개혁을 강조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