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니코틴 원액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인과 이를 공모한 내연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니코틴을 어떻게 주입했는지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 사건 정황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인명경시와 물질만능 풍조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을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송모(48·여)씨와 내연남 황모(47)씨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내연관계인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재산을 가로채려 범행을 공모하고 허위로 작성된 문서로 혼인신고를 마친 뒤 수면제를 사용, 피해자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고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와 방법 등이 비열해 참작할 사유가 없고 범행을 모의해 죄책 또한 무겁다”며 “특히 송씨는 자신과 딸을 거둬 준 남편을 은인이라고 하면서도 살해, 반인륜성 범죄로 비난 정도가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후회나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탐욕으로 피해자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고 이 같은 인명경시와 물질만능 풍조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중형을 선고해 사회와 영구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황씨와 짜고 지난해 4월 22일 남양주시 자신의 집 작은방에서 잠이 든 남편 오모(당시 53세)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과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씨의 몸에서 치사량인 니코틴 1.95㎎/ℓ와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다량 발견돼 니코틴 중독에 의한 사망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 이들을 구속했다.
오씨가 숨지기 두 달 전 혼인신고됐고 황씨가 니코틴 원액을 국외 구매한 점, 니코틴 살해 방법과 치사량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황, 송씨가 황씨에게 1억원을 건넨 점 등을 토대로 송씨와 황씨를 검거했다.
특히 오씨 사망 직후 집 두 채 등 8억원 상당의 재산을 빼돌리고 서둘러 장례를 치른 점 등으로 송씨와 황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둘은 8천만원 상당의 남편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도 받았으나 수사와 재판 내내 혐의를 극구 부인해 왔다.
이 사건은 니코틴 원액을 살해에 이용한 국내 첫 사례인 데다 국외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어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숨진 오씨의 몸에 니코틴 원액이 어떻게 주입됐는지 입증되지 않아 재판 결과가 주목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 반인륜적인 범행으로 사회가 충격받았다”며 “몇 달씩 범행을 준비한 피고인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도 반성 없이 파렴치한 변명으로 일관해 동정의 여지가 없다”며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