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의 저자 오가와 사야카 리쓰메이칸대한 준교수가 탄자니아 므완자에서 만난 노점상인들. /사진제공=더난
한국은 세계에서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가장 강한 나라로 꼽힌다.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강한 사회는 감정적이고 공격적이며 남과 달라지는 데 두려움이 크다. 자유나 평등이 아닌 요령과 복종, 허위, 경쟁 따위가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삶은 실패와 패배를 상징하며 모두가 이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탄자니아는 이런 한국과 정반대의 논리와 방식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1인당 GDP가 1,000달러 수준인 이 나라는 도시 인구의 66%(2006년 기준)가 영세 자영업이나 날품팔이로 살아간다. 이들에게 실패와 성공은 하루짜리일 뿐이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실패하더라도 다음의 성공으로 실패를 만회한다. 이쯤에서 질문. 과연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의 국민이 더 행복할까.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인 오가와 사야카(小川 さやか) 리쓰메이칸대학 준교수가 쓴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その日暮らしの人類學)’는 하루 벌이의 삶과 그들이 주류인 사회를 조명하는 인류학 보고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근면, 성실, 성과, 성공의 가치가 동력인 일본 사회에서 대안적 삶을 고민하던 저자는 정반대의 노동관과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탄자니아인들의 삶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를 위해 15년 이상 탄자니아 북서부의 므완자에서 현지 상인의 장사 관행과 생계 활동, 사회적 관계를 조사했는데, 3년간 직접 헌옷을 팔며 현지 상인의 삶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밀착취재를 통해 저자가 전하는 이들의 삶은 불확실하지만 불행하지 않다. 오늘 하루 헌옷을 팔다가 시원찮으면 다음날 신발을 파는 식이다. 오늘은 행상을 했지만 내일은 공사장 인부가 되고 모레는 트럭 운전사, 그 다음날에 버스 승무원이나 목수가 된다. 일자리를 잃으면 배우자가 돈벌이에 나서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 연명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미래가 불안한 것도 아니다. 금전적 풍요 대신 시간적 풍요를 누리는 하루살이들의 날갯짓이 활기를 돋우고 불확실성이 오히려 기회를 만들어내고 대담함을 낳는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몰려간 아프리카 영세 상인들의 교역 방식을 ‘오늘을 사는 삶’과 연결짓는다. 이들에게 법이나 문서, 상인조직 따위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대면교섭을 통해 서로를 간파하고 순간의 신뢰를 쌓을 뿐이다. 탄자니아 소비자들이 중국에서 제조된 조악한 모조품이나 위조품을 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사는 이들에게 계획적인 소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대비하지 않는 이유는 하루살이 삶이 이들에겐 주류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비슷한 수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기술을 익히거나 지식을 쌓는 것도 무의미하다. 돈이 되면 모두가 몰려드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탓이다. 이런 사회에서 미래지향적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책은 글로벌 경제의 뒷골목에 해당하는 비공식 경제의 실상과 배경을 파헤치며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미래를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배치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것이 의무인 양 살고 있는” 삶의 방식, 주류라고 믿는 규범과 규칙, 시스템에 균열을 낸다. 저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탄자니아인들의 삶의 방식이 더 낫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정답처럼 여기는 ‘내일의 안정적인 삶’이 오히려 오늘의 불안과 불행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철저히 수단화하거나 희생시키는 삶은 전 세계에서 일부에 불과한 주류 자본주의의 가치관일 뿐이며, 이런 주류 사회에서 벗어난 세계에서는 오히려 오늘을 사는 삶이 일반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1만4,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