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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이 오면서 만지고 체험하는 아날로그 세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불과 2~3년 전 동네서점들이 비디오가게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대형마트와 대형서점의 사세 확장에 이어 온라인 서점이 할인과 사은품으로 독자들을 끌어모으면서 동네책방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하지만 비디오가게와 달리 동네서점은 멸종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서점의 부흥을 이야기한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책방에 모여들고 저자를 만나거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가 하면 맥주나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기도 한다. 수요가 공급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태원 해방촌, 연남동, 이대 앞(대현동) 등 젊은이들의 거리를 중심으로 생겨나던 서점들이 이제는 마을로, 지방으로, 쇠락한 구 도심으로 침투하고 있다.
물질소비 중심에서 정신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경험소비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각 공간이 가진 뚜렷한 개성과 전문성을 소비하는 공간으로서 서점의 가치도 새롭게 조명된다. 특히 아무 사전정보도 없이 책을 한 권 고르고 실패할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에게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커넥터의 역할은 갈수록 커진다. 여기서 콘텐츠커넥터란 중요한 정보를 빠르고 넓게 확산되도록 돕는 매개자로 최근 생겨나는 서점에 부여된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최인아책방의 서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각계 유명인사의 추천 책은 추천자들과의 간접소통을 통해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되고 북바이북의 서가에 붙은 ‘책꼬리’는 마치 온라인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다른 고객들의 상세 구매평처럼 독자들이 우연히 발견한 책을 선뜻 구매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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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읽는 대신 나만의 독서 취향을 쌓기 원하는 지금 세대에게 서점 주인의 큐레이션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독서 취향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생기기 쉽지 않는데 지적 허기를 채우려는 욕구가 커질수록 서점의 큐레이션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은영·정혜진·우영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