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퍼즐 놀이에 빠지고 대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 노벨상 수상까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지난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로버츠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석좌교수는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노벨상으로 가는 길’ 주제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학생 200여명이 참여한 이 날 강연에는 좌석이 모자라 계단에 앉거나 서서 듣는 학생이 30여명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로버츠 교수는 유년기를 회상하며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주로 언어에 관한 퍼즐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며 “이때의 흥미가 과학 연구의 길로 나를 이끈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기심’ 역시 과학의 길로 이끈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한때 탐정을 꿈꿨다는 그는 “학교 뒤에 석회암 동굴이 있었는데 주로 동굴 탐험을 하면서 놀았다”며 이런 진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로버츠 교수는 무엇보다도 좋은 선생과 멘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동기 부여를 주지 못하는 선생 때문에 낙제점을 받기도 했다”며 “대학교에서 만난 유기화학 교수는 교수법이나 시험문제가 모두 퍼즐 형식이어서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줬다”며 말했다. 이어 ‘운’ 역시 일과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첫 번째로 충돌했던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는데 학회가 하루 앞당겨져서 예약을 바꿨다는 일화를 고백했다. 로버츠 교수는 “무언가 운으로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 때, 절대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면서 “운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최대한 취하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감기 바이러스를 이용해 DNA 속 유전자가 여러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분단유전자임을 발견한 로버트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3년 노벨상을 받았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