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건 사장의 손글씨로 장식된 강원도 속초 동아서점의 책 큐레이팅. /사진제공=동아서점
다들 위기라고 할 때 오히려 매장 면적을 넓힌 서점이 있다. ‘교보문고’처럼 대도시의 대형서점이 아니다. 강원도 속초의 57년 된 동아서점이다. 어느 날 아침 아버지에게 온 전화 한 통으로 서점을 물려받게 됐다는 김영건(31) 사장은 서점을 운영하기로 했던 당시 “가격 면에서도, 편리성 면에서도 온라인 서점과 비교해 어느 하나 유리할 것 없는 오프라인 서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서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서점 면적부터 6배로 키웠다. 김 사장은 “종합서점으로서 모든 장르의 책을 한 공간에 담기 위한 최소한의 면적이 지금의 크기”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내친김에 자신이 직접 책 큐레이팅을 하고 서평까지 썼다. 그게 소위 ‘대박’이 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넘어 매스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동아서점의 성공기는 책으로까지 나왔다. 서점 자체적으로 ‘베스트셀러’ 목록까지 만드는 김 사장은 “책을 고르고 큐레이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의 취향’”이라며 “단골손님들이 구매하는 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 책들의 리스트가 제가 책에 대해 품고 있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고 제 구석진 취향의 외연을 확장해준다”고 말했다.
이태원 해방촌의 문학 전문 작은책방 고요서사. /서은영기자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과 주엽동의 동네서점 한양문고는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난관을 이겨냈다. 2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양문고의 위기는 지난해 5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교보문고 일산점이 개점하면서 닥쳐왔다. 순식간에 한양문고의 매출은 30% 이상 내려앉았다. 그때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작한 것이 황순원 소나기마을과 양수대교 등을 따라 걷는 문학기행, 소설가 김훈 강연회 등이었다. 이전부터 해온 서점 내 전시실과 강의실·세미나실을 통한 지역 동아리 지원은 더욱 강화해 인문학·철학 강연, 시낭송회 등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남윤길 한양문고 이사는 “서점은 다른 일반 소비재와 달리 지식산업인 만큼 작은 서점이라도 가치가 있고 동네서점만의 역할이 있다”며 “결국 동네서점이 돌아가는 원동력은 지역민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신촌의 60년 된 홍익문고 역시 지난 2012년 재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뻔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과 경쟁하며 동네서점 역시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고 있다. 서점 앞 조그마한 피아노 무대인 ‘달려라피아노’, 유명 작가 15명의 핸드프린팅, 단골손님에게 연극티켓 증정 등으로 위기를 벗어난 홍익문고처럼 동네서점은 저마다의 해법으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