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총재보, 2008년 후 가계부채 늘어난 점 우려 "저금리 장기화 부작용"

한국은행 고위 인사가 현재 1.25%인 국내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그만큼 한은 통화정책이 완화적이었고, 앞으로 그 정도를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은이 6월 이후 거듭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획재정부-한은-IMF-피터슨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통화정책 관련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전 부총재보는 “한국 정책금리는 지난해 6월 이후 1.25%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테일러 준칙(Taylor rule)에 따른 적정금리와 중립금리 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테일러 준칙이란 미국 스탠포드 대학 존 테일러 교수가 만든 것으로 잠재성장률과 실질 성장률 및 실제 물가상승률과 물가안정목표제의 차이의 함수 관계로 설정해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정금리 수준을 산출하는 방식을 뜻한다.


테일러 교수는 차기 연준(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로 연준의 금리 정상화가 늦었다는 입장을 발표해 온 바 있다.

전 부총재보는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정책이 저금리 장기화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부총재보는 향후 또 다른 테이퍼텐트럼(taper tantrum, 긴축 발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기민하게 대응할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이달부터 4조5000억달러 규모 보유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 부총재는 이로 인해 다시 한번 테이퍼텐트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

테이퍼텐트럼은 연준 양적완화(QE)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바뀌면서 나타날 수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자본유출 우려와 이에 따른 충격을 뜻한다.

한편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의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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