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평균 분양가격은 4,244만원이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재건축 조합)
‘아니다. 4,160만원으로 확정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최근 정부가 9·5 부동산 추가 대책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선정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최근 눈길을 끄는 분양가 공개가 있었다. 재건축 조합과 분양보증을 무기로 분양가 관리가 가능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같은 아파트의 분양가를 서로 다르게 밝혔던 것. 아파트라는 집의 판매가격, 즉 분양가에 함정이 숨겨져 있던 탓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조합과 HUG가 평당 평균 분양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재건축 조합은 강남구청에 분양승인 신청을 하면서 일반분양분 208가구에 대한 3.3㎡당 평균 분양가가 4,244만원으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음날 5일 HUG는 3.3㎡당 평균 분양가 4,160만원에 분양보증을 발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치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조합과 HUG의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합은 각 평형별 분양가격에 공급 세대수(모집 가구 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한 다음 이를 각 평형별 면적에 공급 세대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한 값으로 나눠 계산했다.
반면 HUG는 가구 수는 고려하지 않고 각 평형 타입별 분양가격의 평균가격을 모두 더한 뒤 이를 8(평형 타입 숫자)로 나눠 수치를 산정한 것이다. 이럴 경우 평형별 공급 세대수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소형보다 중대형 공급물량이 많은 강남포레스트의 경우 조합 방식보다 분양가가 더 낮게 산출된다. 분양가가 싸게 보이도록 하는 일종의 꼼수인 셈이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집값 안정을 위해 고분양가 책정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HUG 입장에서도 분양가가 높게 형성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계산법을 달리해 조합보다 낮은 가격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양가는 계산법뿐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달라지기도 한다. 2007년 도입된 마이너스옵션제가 대표적이다.
마이너스옵션제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소비자들이 기본 골조를 제외한 도배·주방기구 등 내부 마감재를 개별적으로 선택해 설치하는 것이다. 기존 마감재가 획일적으로 시공되지 않아 마이너스옵션제를 도입하면 통상 분양가보다 5~10% 낮은 가격에 아파트 구입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자동차를 새로 살 때 풀옵션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 가격에 차이가 많은 것과 같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분양가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숙지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분양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포함돼 있고 여러 가지 변수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 분양가가 산출되는지도 정확히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