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드 입장 메시지가 주말을 앞둔 저녁에야 돌연 배포된 후 기자단이 그 배경을 묻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조금 전에 결정하셔서 미리 (메시지 배포 일정을) 알려드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주요 참모들도 시점을 예단하지 못할 만큼 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타이밍을 재다가 결정을 내렸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그만큼 메시지의 내용과 시점에 대한 대통령의 고심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양분된 국론을 최대한 법적 절차와 민주적 소통을 거쳐 조정해가면서 결정하려던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불가피하게 임시배치를 앞당겨 결정하게 됐으니 문 대통령으로서도 그 배경을 어떻게든 국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지 고민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60%대로 떨어진 점도 더 이상 입장표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결단을 내리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의 고심은 이날 내놓은 메시지 곳곳에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음을 강조하며 그럼에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와 경고를 묵살한 채 탄도미사일과 6차 핵실험을 감행했음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우리 안보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문 대통령은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번은 임시배치임을 수차례 언급했다.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배치”라는 것이다. 사드 최종 배치 여부는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는 약속도 곁들여졌다. 이는 국내적으로는 사드 배치 반대여론을 달래며 밖으로는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차원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으로 북한과의 갈등 국면이 완화, 해소되고 핵 및 탄도미사일 위협을 해소하는 데 합의가 이뤄지면 이에 발맞춰 사드 철수를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메시지가 미국에는 한미동맹 간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빌미를 줄 수도 있어 앞으로 문 대통령의 추가 한미공조 메시지도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