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기획:단막극X웹드라마①] 단막극은 계속돼야 한다…“TV·웹, 준비 완료”

여러 방송사에서 적지 않은 수의 단막극이 하반기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수준 높은 단막극을 선보여 온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한다. 여기에 웹과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확장까지 더해져 더욱 신선한 바람이 일고 있다.

KBS는 지난 1984년 국내 유일의 단막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드라마게임’을 선보였다. 이후 ‘드라마시티’로 이름을 바꾸면서 2008년까지 살아남았다. 그러나 중장편 드라마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단막극의 특성상 ‘드라마시티’는 결국 종영을 맞게 됐다. 2010년 드라마 PD들의 노력으로 ‘드라마스페셜’이 그 명맥을 이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KBS
올해에도 KBS는 어김없이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단막극을 선보인다. 9월부터 멜로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신인작가들의 극본 8편과 극본 공모 당선작 2편 등 총 10편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40분, 미니시리즈보다는 늦은 시간에 편성됐지만 매년 단막극을 기다려왔던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3일 방송된 ‘우리가 계절이라면’이 2017 ‘드라마스페셜’의 시작을 기분 좋게 알렸다. 채수빈, 장동윤, B1A4 진영이 출연해 청춘의 사랑을 풋풋하면서도 아련하게 그려냈다. 손호준, 조보아가 출연하는 ‘만나게 해, 주오’, 신은경의 복귀작 ‘나쁜 가족들’, 라미란과 아역 배우 신린아가 호흡을 맞추는 ‘정마담의 일주일’ 등이 뒤를 이어 일요일 밤을 채운다.

MBC도 KBS 못지않은 단막극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베스트극장’으로 16년 간 단막극을 선보여 왔다. ‘베스트극장’이 사라진 후에는 ‘일요 드라마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왔고, 2013년부터는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경쟁력 있는 젊은 감독과 신인, 기성작가의 만남을 통해 실험적인 드라마들을 만들어냈다.

2015년부터 ‘드라마 페스티벌’은 자취를 감췄지만 ‘특집 드라마’로 단막극이 종종 시도됐다. 설 특집으로 방송된 ‘퐁당퐁당 러브’(2015)는 김슬기와 윤두준의 케미 넘치는 연기와 재치 있게 활용한 타임 슬립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정현과 한선화가 출연한 ‘빙구’(2017)도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었다.

올해 초 MBC는 ‘세가지색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3개의 단막극을 선보였다. 1편 ‘우주의 별이’, 2편 ‘생동성 연애’, 3편 ‘반지의 여왕’까지 총 9부작으로 편성했다. 현실적인 소재에 덧입혀진 판타지 설정과 엑소 수호, 윤시윤, 김슬기 등 청춘스타들을 캐스팅해 젊은 감각을 뽐냈다. 자유롭고 기발한 전개로 앞으로 단막극의 방향을 제시했다.

‘퐁당퐁당 러브’와 ‘세가지색 판타지’ 등은 TV 단막극과 웹드라마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MBC는 KBS가 지난 2014년 ‘간서치열전’을 지상파 콘텐츠 최초로 웹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선공개한 방식을 활용했다. 먼저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드라마의 내용을 부분 선공개한 후 방송을 통해 결말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진=MBC
드라마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tvN과 JTBC도 단막극 시장에 뛰어들었다. 먼저 tvN에서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단막극 10편을 공개한다. 모기업인 CJ E&M이 오는 2020년까지 약 130억 원을 투자해 진행 중인 신인 작가 지원 사업 ‘오펜’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창작자 발굴은 물론 전 과정을 지원함으로써 건전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가장 먼저 촬영에 돌입한 ‘직립 보행의 역사’는 작은 초능력을 지닌 여고생이 자신의 남자 사람 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생기자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그를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하는 고군분투기를 그린 드라마다. 구구단 강미나, 변우석, 이진이, 양혜지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현실적이면서도 상큼 발랄한 로맨스를 펼친다.

다른 드라마들도 하나둘씩 캐스팅을 완성해가고 있다. 커리어우먼이지만 연애 자존감은 낮은 주인공이 익명의 연애편지를 받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B주임과 러브레터’에는 송지효와 조우진이 출연을 확정했다. 신화 김동완과 김혜인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소풍 가는 날’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훈훈한 감동을 그려낼 예정이다.

‘도깨비’, ‘시그널’, ‘비밀의 숲’ 등의 성공을 통해 극본의 중요성을 입증한 tvN이다. 앞서 언급된 세 작품 외에도 우수 대본으로 선정된 ‘가해자들’, ‘낫 플레이드’,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문집’, ‘박과장의 은밀한 사생활’,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 ‘우리 집은 맛나 된장 맛나’를 드라마로 제작, 신인 작가의 데뷔를 돕는다.

올해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로 드라마국에서 지상파를 위협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JTBC 역시 단막극에 손을 뻗었다. 결말은 TV에서 보여주는 MBC와는 웹드라마로서 결말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TV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 받기 힘든 웹드라마를 5편 연속으로 선보이며 화제성을 키우려 노력했다.

소녀시대 수영과 이원근, 심희섭이 출연한 미스터리 삼각로맨스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시작으로 이주영과 걸스데이 유라의 워맨스가 돋보인 ‘힙한 선생’을 지나 최민호와 이유비가 열연한 ‘어쩌다 18’까지 공개됐다. 세 편 모두 스마트폰 비밀번호, 방과 후 힙합 교실, 타임 슬립과 학원물의 결합 등 참신한 소재의 사용이 눈에 띈다.

/사진=JTBC
이어 ‘마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 시대 청춘들의 꿈, 희망, 도전, 좌절 등을 독특한 이야기형태로 그려낼 ‘마술학교’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여주인공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스타와 닮은 배우 지망생과 계약연애하면서 펼쳐지는 덕질 로맨스를 담은 ‘막판로맨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출격 준비를 완료했다.

웹을 통해 먼저 공개되고 차후 TV 방영 가능성을 열어둔 작품 외에도 처음부터 웹이 아닌 TV를 통해 만나는 단막극 또한 준비돼있다. 한가람 작가와 ‘힙한 선생’의 심나연 PD가 만나는 2부작 드라마 ‘한여름의 추억’이다. 아직 편성 시기는 논의 중이지만, 최강희가 이 작품에서 라디오 작가 한여름 역으로 복귀한다. 이준혁, 윤진이 등도 출연을 확정지었다.

이처럼 나름의 역사가 있는 단막극이지만 명백한 단점 역시 존재한다. 방송 시간과 기간이 짧아 광고 수익을 많이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작비 대비 효율이 떨어지니 방송사에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러나 KBS, MBC, tvN, JTBC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계속해서 시도하는 이유가 있다. 드라마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원천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다. 앞서 나열된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단막극에는 기존 미니시리즈에서 보지 못했던 참신한 소재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단막극은 역량 있는 창작자들에게 상상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시청자들에게는 기존에 접하지 못한 작품을 선보이며 문화의 창을 넓히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TV, 웹, 모바일 등 플랫폼은 달라져도 반드시 이어져야 할 가치임에는 틀림없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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