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방관자의 역할이 사태 해결에 매우 중요한 만큼 이들의 유형별 행동 개선에 초점을 맞춰 예방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10일 성신여대 간호학과 김동희 교수팀이 서울의 한 중학교 1~3학년 4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폭력 현장에서 방관자는 ‘괴롭힘에 가담하는 학생’, ‘아웃사이더’, ‘피해자를 옹호하는 학생’의 3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들 그룹의 특성은 각기 다른 특징으로 나타났다. 방관자로 있다가 괴롭힘에 가담하는 학생의 경우 남학생일수록, 하급생일수록, 학업 성취도가 낮을수록 상관성이 컸다. 연구팀은 남학생일 경우 공격적인 행동이 남성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크고, 괴롭힘 관련 농담이나 게임 등 내성이 있어 괴롭힘 자체에 대한 판단력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어린 학생일수록 괴롭힘의 상황을 의식하지 못하고 ‘괴롭힘의 힘’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관찰됐다.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도 대게 학교 환경에 적응하는 데 힘든 시간을 겪는 상황에서 괴롭힘을 친구들 사이의 힘으로 받아들여 괴롭힘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공감능력이 낮을 수록, 선생님과의 관계가 안 좋을수록, 괴롭힘에 대한 걱정이 많을수록 괴롭힘에 가담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웃사이더로 분류된 학생들은 폭력 상황을 회피, 무시, 부인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행동 면에서는 괴롭힘에 가담한 학생들처럼 낮은 공감 능력이나 교사와 좋지 않은 관계, 괴롭힘에 부적절한 태도, 괴롭힘에 대한 걱정 등은 비슷한 특징을 보였다. 반면 피해자를 옹호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존심, 높은 공감능력, 뛰어난 사회문제해결능력, 선생님과 좋은 관계, 괴롭힘에 대한 낮은 부정적 인식, 괴롭힘 당하는 것에 대한 적은 걱정 등이 특징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이같은 방관자 유형을 가르는 큰 요인으로 ‘공감능력’, ‘교사와의 관계’, ‘괴롭힘에 대한 태도’, ‘괴롭힘에 대한 걱정’ 등 4가지를 꼽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특정 유형의 방관자 행동이 괴롭힘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방관자의 역할과 경향을 고려한 괴롭힘 예방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폭력은 아직 뇌발달이 미숙한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피해가 크고, 후유증도 장기화하기 때문에 조기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며 “특히 장난처럼 시작된 폭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형태로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초기 폭력 현장에 함께 있었던 방관자의 역할에 대한 조기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