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플랫폼의 성공 사례를 통해 본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도전과 응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초기 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예비 창업가들에겐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우리나라에서도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하거나 제품을 개발하는 크라우드펀딩 활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와디즈’의 성공 사례를 통해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린 ‘아시안 필름 마켓’에 참석한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펀딩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는 흥행성, 성공 가능성을 떠나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 존재를 지지하는 소수의 관중도 있게 마련이고요. 그것이 바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군중을 찾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다양성을 지지하는 곳이 바로 크라우드펀딩입니다.”

글로벌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래폼 ‘킥스타터(KickStarter)’의 공동 창업자인 찰스 애들러(Charles Adler)는 크라우드펀딩을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군중을 찾게 해주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크라우드펀딩은 일종의 투자 행위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투자처럼 돈이 오고 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금융권 대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 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자금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벤처업계에선 수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거대 벤처캐피털(VC)이나 대기업의 벤처지원프로그램, 정부와 금융권을 통해서다. 그럼에도 찰스 애들러를 포함한 수많은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벤처 투자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돈’이 목적이 아닌,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투자가 바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기준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가 약 8,000억 원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는 1조 원 시대가 열릴 공산이 크다. 업계에선 그 중에서도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플랫 폼 ‘와디즈(Wadiz)’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에서부터 영화, 뮤지컬 같은 문화 콘텐츠, 각종 개발 사업에 이르기 까지 와디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몇몇 프로젝트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주목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영화계 편견을 깨버린 이 작품은 바로 ‘노무현입니다’였다. ‘노무현입니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열린 ‘2017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평단과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정식 개봉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갔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일단 경쟁 작들의 면면이 너무 나 화려했다. 여름을 앞두고 ‘미이라’, ‘원더우먼’,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었다. 물론 ‘노무현입니다’는 애당초 흥행을 목적에 둔 상업영화가 아니었다. 쟁쟁한 외화들 사이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상영관 확보였다. 거대 배급사 위주의 스크린 독점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관객 동원이 보장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소자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비교하면, 당연히 전자에 더 많은 스크린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와디즈에서 새로운 펀딩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바로 ‘노무 현입니다’ 개봉관 확대를 위한 투자 프로젝트였다. 목표액은 2억 원, 펀딩이 진행되는 시간은 단 48시간이었다. 펀딩은 만기 6개월에 연금 리 5.0%인 무기명식 무보증 공모사채 발행을 위한 것으로, 목표 금액만큼만 채권 발행이 이뤄지고 나머지 145% 금액은 채권 배정 없이 환불되는 방식이었다.

물론 예전에도 영화 제작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는 수 차례 있어 왔다. 하지만 소자본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펀딩은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업계가 펀딩 결과에 주목하며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였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우선 목표 금액 2억 원을 100% 달성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목표를 달성한 시간이었다. 펀딩 개시 후 목표 달성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6분이었다. 이 펀딩은 와디즈가 그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빠르게 목표금액을 달성한 사례로 기록됐다. 윤성욱 와디즈 이사는 “이번 ‘노무현입니다’는 영화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던 프로젝트였다”며 “향후에도 독립영화, 소규모 영화 펀딩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와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영화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와디즈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사례로는 최근 진행됐던 ‘샤플(Shaple)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샤플’은 디자이너가 제품 디자인을 제안하고 이용자들이 이를 추천하면, 곧바로 제작에 착수하는 새로운 제조·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샤플이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닥터나(Dr.Nah) 캐리어 & 백팩’ 펀딩이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을 역임한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해 더욱 주목을 받았던 펀딩이었다. 이번 펀딩에서 샤플이 정한 목표 금액은 500만 원. 초기 제품 제작을 위한 일종의 ‘종자돈’을 마련한다는 것이 이 펀딩의 목적이었다.

결과는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펀딩 시작 6시간 만에 1억 원을 넘기더니 일주일 만에 5억 6,000만 원을 모으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품의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펀딩 마감일 에는 목표치의 3만 342%인 15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와디즈의 역대 최대 펀딩 금액이었다. 와디즈와 샤플은 펀딩 마감 전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는 ‘리뷰데이’ 행사를 개최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와디즈는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며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국내 크라우드펀딩 거래에서 와디즈가 약 60% 가량을 성사시킨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와디즈가 갖고 있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와디즈는 일단 투자자의 성향에 집중한다. 기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살펴보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기기, 탄성을 지를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상품 등이 출시되어 있다. 하지만 와디즈는 조금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말한다. “저희는 별도의 크라우드펀딩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만들었죠. 우리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수익 이상의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바로 ‘만족’이죠.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 투자해 그것을 통해 만족을 얻는다는 겁니다. 물론 최첨단 기술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소소한 취미나 일상생활의 관심사에 호기심을 보이곤 합니다. 저희는 이 같은 니즈를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어요. 맥주 애호가들이 수제 맥주 ‘세븐브로이’ 펀딩에 투자를 하거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샤플’ 리워드 펀딩에 참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노무현입니다’ 같은 영화 콘텐츠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와디즈에서 진행한 첫 번째 축산물 크라우드펀딩이었던 무항생제 돼지고기 ‘도담이’ 프로젝트는 100% 모집에 성공했다.



한때 1,000원짜리 버거로 고려대학교 명물이 됐던 ‘영철버거’가 경영 악화로 폐업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고대 학생들이 ‘영철버거 살리기’ 운동을 펼쳤던 무대가 바로 와디즈였다. 그 어떤 곳에도 없을 법한 이러한 펀딩 프로젝트가 와디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와디즈는 펀딩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치를 마련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장치의 중심에도 ‘투자자’가 있다. 신 대표는 말한 다. “투자할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투자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선 일종의 ‘사전예약’을 통해 이 회사에 대한 니즈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와디즈 메이커 앱’을 통해 그 과정에서 회사가 예비 투자자들을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찰을 하죠. 투자자들의 니즈와 궁금증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해주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준비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후 최종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회사와 펀딩을 함께 진행하게 됩니다.”

와디즈는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은 엄연한 ‘금융회사’다. 하지만 다양한 투자자들의 요구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선 기존 금융사와 다르다. 와디즈 측은 “금융사가 아닌 금융 플랫폼으로서, 투자자들과 회사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와디즈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계 최초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일반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기업이 발행한 증권을 구매해 지분을 얻고, 향후 기업으로부터 배당금을 받거나 증권을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와디즈는 파도 에너지 스타트업 ‘인진’, 수제 자동차 업체 ‘모헤닉 게라지스’ 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증권 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인진’의 경우, 성공적인 펀딩을 기반으로 파도 에너지 산업의 본고장인 영국 현지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업가치가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와디즈는 올해를 또 한 번의 진화를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와디즈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성공 금액 기준). 그 동안은 ‘금융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더욱더 다양하면서도 독창적인 ‘와디즈 만의’ 프로젝트를 끌어 모을 계획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최근 농가소득 증대와 건강한 먹거리 유통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기존 사업 영역 외에도 신선식품 같은 차별화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여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1위 플랫 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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