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오늘의 경제적 번영을 일군 밑바탕에는 슈뢰더 전 총리 시절의 과감한 노동개혁과 복지개혁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사민당 정부는 성장이 멈추고 복지비용만 늘어나는 독일병을 고치겠다며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실업자에게 주는 혜택도 대폭 축소했다. 노조 등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것은 물론이다. 그가 2005년 선거에서 패배해 기민당에 정권을 넘겨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관된 개혁정책은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훗날 독일과 프랑스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좌우 이념을 떠나 정권에 급급하지 않고 국익만을 따지는 통 큰 정치가 낳은 결과다.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집권 초기부터 노조 권한 축소, 고용 유연화 등 노동개혁과 복지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나섰다. 노동계의 대규모 파업에도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며 지지율 하락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반면 우리 정치권은 정파 이익에만 매달려 진정한 개혁과제를 외면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만 해도 지지층의 반발이 두려워 좌고우면하고 있으며 노동 개혁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호남 홀대론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더욱이 정부는 골치 아픈 문제만 생기면 여론조사로 해결하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행태를 일삼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도자들은 때로는 다수의 반대를 이겨내고 개혁정책을 관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시대의 정치 지도자들이라면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