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일장기 연합' 흐지부지

선박규제 강화로 특수 기대
올들어 연합 논의 돌연 중단

조선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로 뭉쳐 살길을 모색하던 일본 조선업체들이 다시 ‘각자도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히노마루(일장기) 연합’이라는 틀에서의 조선업 재편이 흐지부지된 것은 선박 배출가스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기술력이 높은 일본 업체가 유리해졌다는 낙관론이 퍼졌기 때문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본 내 1위 업체인 이마바리조선과 가와사키중공업·미쓰이조선 등에 제안해 추진하던 ‘히노마루 연합’의 추진동력이 올 들어 급격히 약해지면서 연합 논의가 지지부진해졌다. 연합을 주도했던 미쓰비시중공업이 원인을 밝히지 않은 채 조정작업을 중단한 탓으로 알려졌다.

히타치조선·IHI 등 4개사가 통합해 출범한 일본 2위 조선업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도 추가로 연합할 업체를 찾고 있지만 업계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극심한 수주가뭄 속에 재편을 모색하던 움직임이 중단된 배경은 국제 선박규제 강화로 지목된다. 오는 2020년부터 유황산화물(SOx)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며 이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가진 일본 조선업계에 특수가 예상되자 굳이 연합하지 않고도 독자 생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선업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당장 내년까지 일본 조선업계에 규제대응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조선업체들의 외형이 한국 등 경쟁사들에 비해 작다면서 조선업 재편중단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10~20척의 일괄발주가 이뤄져 규모가 작은 회사는 입찰조차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시마 신지로 JMU 사장은 일본 1위인 이마바리조선의 연간 매출액이 한국 조선 3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00억엔대에 불과하다며 “세계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매출 1조엔 규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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