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가운데) 전 독일 총리가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왼쪽), 박옥선 할머니에게 소녀상과 그림을 선물로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대북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일의 사회·노동·복지 개혁인 ‘어젠다 2010’ 같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국회의원 연구모임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재단법인 여시재의 공동 주최로 열린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 강연에서 “국제사회는 합의했던 (대북) 제재를 빈틈없이 실행하고 더 강도 높은 추가 조치를 강구해 북한이 미사일·핵 프로그램에서 돌아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북핵 문제는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됐다”며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중국·러시아 3국의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3개국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정치적 압력을 가할 수 있고 북한에 핵 실험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러시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는 “예를 들어 한국이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데 이런 경제협력으로 러시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대화와 제재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은 여전히 가차 없이 위협하지만 한국은 계속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의 조건을 갖춘다면, 다시 말해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힘겨운 길이지만 이 입장이 고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서는 “개성공단을 여는 것이 대화 재개의 시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고 동시에 북한의 의지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인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통일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주도국으로 탈바꿈시킨 개혁정책 어젠다 2010을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정치권에 조언을 남겼다.
특히 개혁을 추진할 때는 선거에서 실패해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젠다 2010 추진 당시 최저임금을 함께 도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최저임금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 9일에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중견기업 차세대 리더와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히든챔피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국의 히든챔피언인 중견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 의존도를 줄인 독자적 사업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지배구조와 조직관리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다양한 교육으로 인적 역량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경원·서민우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