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채권단에 따르면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을 찾아 자구계획안을 제출하고, 1시간 반 가량 경영정상화 계획을 설명했다. 금호타이어가 지난 7월 제시했던 △중국 공장 매각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등을 그대로 담았다.
이에 산업은행은 이 사장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며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그룹측 관계자가 다시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박삼구 회장이 직접 찾아와 자구안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을 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동안 채권단이 자구안이 충분치 않을 경우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다시 한 번 박 회장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구안은 최대 7,3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과 함께 매각 및 유상증자에 실패할 경우 박 회장이 지닌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증자 2,000억원 △대우건설 보유 지분(4.4%) 매각 1,300억원 △중국 공장 합작 또는 매각(1,000억~4,000억원) △기존 차입금 상환유예 요청 △인력 감축 등 기타 내부 구조조정 등이다.
금호타이어는 우선 중국 공장 3곳(난징, 톈진, 창춘)의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영 위기의 핵심 진원지가 바로 중국 공장이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중국 사업은 한때 매출액의 40%에 이르렀지만 최근 영업 부진으로 10% 미만까지 추락했다. 중국 법인의 차입금도 채권단에 4억달러, 현지 외국계 은행 3,160억원으로 약 7,660억원으로 늘어났다.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본사가 지급 보증을 섰기 때문에 리스크가 본사로 전이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장을 매각하거나 본사의 보증 부분을 해소하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유동성 문제 해결 방안도 관심사항이다. 채권단은 중국 등 해외 법인을 포함해 금호타이어 채권2조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1조3,000억원은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한다. 박삼구 회장측은 지난 7월 내놓았던 2,000억원 유상증자와 유사한 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유상증자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할 경우 동반 부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원가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 및 임금 삭감 등도 자구계획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노조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의 자구계획안 설명을 다시 청취한 후 이를 채권단에 공유하고 다음 주 초 주주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협의회에서 자구계획안이 받아들여지면 채권단은 채권 만기를 연장하고 박삼구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유지시키면서 재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영진을 해임하고 법정관리나 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에 들어갈 수도 있다.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요구한 후 재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금호타이어의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가 이날 채권단에 주식매매계약서(SPA) 해제 합의서를 보내오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다만 더블스타가 보낸 합의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이고, 서명란에 서명자 이름 없이 도장만 찍혀 있어 법률상 유효한지 확인하는데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
/노희영·서일범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