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가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면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제공=경총
직원 1,000명 규모의 A사는 3,490만원인 신입직원의 연봉을 내년 4,670만원으로 33.8% 올려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최저임금 계산에 반영되는 기본급과 수당이 전체 연봉의 42%인 1,89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신입직원 연봉은 6,110만원이 된다. A사는 “정기상여금이 1,270만원에 달하는데도 현재 최저임금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회사를 운영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형적인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기업들의 막대한 부담을 줄이고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는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30년 전 시대 상황에 따라 제정된 것”이라며 “시급한 제도 개선이 없다면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이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더욱 낮추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연봉 4,000만원 전후의 고임금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 대상자에 포함되는 사례 5곳을 소개하며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기본급과 상여금 비중이 50% 미만으로 낮다 보니 현대중공업 노조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유럽처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하고 최저임금 적용을 업종과 지역별 특성에 맞게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여금, 숙식비, 연차, 퇴직금, 4대 보험 기업부담금 등 기업이 실제 부담하고 있는 부분을 반영하자는 이야기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가 숙식비 등 간접인건비를 내국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이 받고 있는데 최저임금 계산에 이런 간접인건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향후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보다 급여를 더 받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재우 국민대 교수는 “최저임금제도가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인 만큼 최저 시급 월 환산액을 넘는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장혁 화일전자 대표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시키고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을 폐업과 범법자로 내모는 것”이라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을 양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적 문제점 개선이 시급한 과제임을 재확인했다”며 “향후 합리적인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