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미라로 발견된 400년 전 조선 여성.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진제공=플로스원
지난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미라로 발견된 400년 전 조선 여성은 유전자 분석 결과 죽상동맥경화증에 따른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은주(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신동훈(서울대병원 해부학과) 교수팀은 1600년대에 살았던 이 여성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2일 밝혔다. 미라 연구에서 사인을 규명하는 데 유전자 분석 기술이 활용된 것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35~50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조선 여성은 현대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죽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7개 유전자 부위의 염기서열이 정상인과 달랐다. 이는 죽상동맥경화증에 잘 걸리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조상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을 뜻한다. 이 여성은 발견 당시 대동맥의 여러 곳에 석회화가 진행되고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벽이 두꺼워져 있어 동맥경화성 심질환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교수는 “죽상동맥경화증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칼로리 식단, 고지혈증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진 현대인들만 걸리는 질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400년 전 조상에게도 이런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었음을 공식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라를 컴퓨터단층촬영(CT)해 죽상동맥경화증 가능성을 확인한 뒤 미라 내부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채취해 죽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