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드론의 선두주자인 드로젠이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력해 드론 제조 생태계를 조성한다. 드로젠은 이번 협력 개발로 드론 원천기술과 반도체 설계기술을 결합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의 드론업체 DJI와 정면 승부를 펼친다는 복안이다.
드로젠은 12일 반도체 설계업체 ‘에이직랜드’와 상호협력을 위한 포괄적인 계약을 체결,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드로젠은 하드웨어설계에서부터 소프트웨어와 핵심구동설비인 모터까지 개발에 성공한 국내 유일 업체다. 이번 인수로 드론에 필요한 자체 칩 설계 기술까지 확보해 중국·미국·유럽연합(EU) 등 드론 선진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흥신(사진) 드로젠 대표는 “내년 말부터 드론에 에이직랜드의 인공지능(AI)칩 설계기술을 이용한 자체 칩을 탑재해 안전성을 높이고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수직계열화로 계열사 간 거래를 한 안정적인 공급처와 수요처 확보가 가능해 회사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드로젠의 기술 내재화, 부품 공급 수직계열화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기존 구조로는 드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현재까지 국내 드론 개발은 원천 기술 확보보다는 응용 기술에 초점이 맞춰 있다. 이 대표는 “국내 드론산업이 기술적인 독립을 이루려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응용기술 외에도 원천기술을 개발해 국산 부품으로 드론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산 부품 조립에서 벗어나 고품질 드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판단해 수직 계열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드로젠이 에이직랜드와의 협력으로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세계 민간 드론 시장은 지난해 26억 달러(약 2조 9,800억원)이며 오는 2025년 109억 달러(약 12조 4,9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드로젠은 국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 드론 업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세계 최대 민수용 드론 시장의 1인자인 중국의 DJI의 경우 지난해 ‘팬텀4’를 출시한데 이어 홍대에 전세계 최초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개화기에 있는 한국 드론시장을 선제적으로 장악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에 민감한 한국 소비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세에 맞서 드로젠은 생산시설 확충과 해외기업과의 협업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베트남 하노이에 장난감용 드론을 생산하는 3,000평 규모의 공장 설립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베트남 공장은 대량생산과 단가 경쟁력을 갖춘 드로젠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드론 성능 개선을 위해 국내 증강현실(AR) 전문기업 인수도 검토 중이다. 앞서 드로젠은 지난 8월 모바일 포렌식 전문기업 한컴지엠디와 VR을 이용한 드론 레이싱 시스템 공동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내년 1월 관련 기술을 공개하기로 했다. 드로젠은 미국 국방부의 드론 과제를 수행하는 에피사이언스와 협업해 고성능의 산업용 드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설립한 미국독점총판 법인을 통해 LA를 거점으로 아마존, 아파치비전 등 온라인 시장과 월마트 등 오프라인시장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