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교로 복무해야 하는 군의관보다 생활이 편한 것으로 알려진 공보의가 되고 싶었던 A씨는 신체등급을 4급으로 낮추려고 범행을 저질렀다. /연합뉴스
신체등급을 낮춰 군의관이 아닌 공중보건의(공보의)가 되려고 여러 차례 허위진단서를 만든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군 장교로 복무해야 하는 군의관보다 생활이 편한 것으로 알려진 공보의가 되고 싶었던 A씨는 신체등급을 4급으로 낮추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A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체등급을 낮추거나 훈련소 입영을 미루기 위해 5차례에 걸쳐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직접 만들어 병무청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남천규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판사는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3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2010년 지방의 한 국립대 의대를 졸업한 A씨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2급 판정을 받아 군의관으로 입대해야 했다. 의사 면허를 가진 남성은 일반적으로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군에 입대하게 된다. 매년 군의관 병력수급 상황에 따라 입대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신체등급 1∼3급은 군의관으로, 4급은 공보의로 배치된다. 2013년 6월 한 국립대 대학병원 레지던트였던 A씨는 이 병원 정형외과 의사 B씨 명의로 자신에게 통풍이 있다는 허위진단서를 만들어 병무청에 제출했다. 병무청이 신체등급을 3급까지만 낮춰주자 A씨는 한 통풍 환자의 의료기록이 자신의 것인 것처럼 조작해 같은 병원 의사 C씨에게 검사를 받았다. C씨는 A씨의 ‘통풍 증상’이 더 심하다는 결론을 냈고, A씨는 결국 원하던 대로 4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의 ‘군생활 기피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육군학생군사학교 훈련소에 들어간 A씨는 통풍 때문에 통증이 심하다고 허위로 주장해 귀가 판정까지 받았다. 이후 ‘치료’를 마치고 다시 군에 복귀해야 했던 A씨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버젓이 취직했다. 이어 이 병원 동료 의사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에게 자신이 간염 보균자인 것처럼 거짓말해 또다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두 차례나 재입영을 연기했다.
남 판사는 “병역기피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계속해서 이뤄졌으며, 본인의 지위와 신뢰관계를 이용해 많은 사람을 속이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병역제도의 근간을 해쳤고,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다른 병역의무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