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사용된 모습/사진=연합뉴스
교통사고가 났을 때 기존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감정 분야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13일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에서 보험범죄방지연구포럼 출범식을 기념해 열린 세미나에서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교통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 기법: 실사례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배우 한예슬 씨 사례를 전했다.
지난 2011년 뺑소니 논란을 빚었던 한씨는 경찰 조사 끝에 혐의가 없음이 밝혀졌다. 당시 한씨는 빌딩 주차장 입구에서 포르셰 승용차를 몰다 사이드미러로 도모씨 엉덩이를 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사고 장면을 찍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살폈다. 자료를 정밀 감정한 결과 도씨 엉덩이와 한씨 차량 사이드미러가 ‘충돌할 뻔한’ 상황이고 부딪혔다 하더라도 도씨가 받은 충격은 미미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도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사고과정을 재구성해보니 사이드미러에 살짝 접촉했을 경우 인체 모델이 조금 회전했다. 사이드미러 전체에 부딪히면 인체 모델이 진행 방향으로 쓰러졌다.
인체 모델이 보이는 모습을 토대로 도 씨가 보였던 행동은 사이드미러와 충돌해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한편 포럼에서 ‘전문수사자문위원제도의 이해와 활용’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는 보험조사관제도가 사실인정 과정과 법률 적용에서 검사, 판사를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험조사관제란 보험업무 전 단계에서 보험사고 조사·분석, 보험범죄 적발·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보험조사 자격제도로 보험연수원이 부여하는 민간 자격이다.
보험 관련 범죄가 증가하면서 보험업계에서 이를 예방할 필요성이 제기돼 도입된 제도지만 공식적인 수사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아니다.
노 교수는 보험조사분석사가 수사 과정에서 의견을 내거나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겠으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술을 할 때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