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톡] ‘악마의 재능기부’ 돌아온 신정환…누가 그를 불렀는가

신정환이 돌아왔다. 7년 전 많은 이들이 칭송했던 ‘악마의 재능’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 얼어붙은 예능감각과 더불어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싸늘한 눈빛은 좀처럼 풀어질지 모르는 가운데 슬며시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 과연 누가 그를 불렀을까.

지난 14일 첫 방송된 Mnet 새 예능프로그램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이하 ‘악마의 재능기부’)를 통해 신정환이 7년 만에 방송에 정식 복귀했다.

사진=‘악마의 재능기부’ 캡처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사전미팅을 위해 제작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신정환은 좀처럼 긴장을 풀 줄 몰랐다. “인터뷰한 지가 꽤 오래됐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바짝 얼어붙은 신정환은 “방송 복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자신도 없었다”며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그동안 분에 넘치게 살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걸 왜 내가 그걸 모르고 엉뚱한 짓을 했을까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직은 고개를 잘 못 들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방송 복귀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가족을 꼽았다. 아이가 생기면서 부담과 힘이 동시에 왔다고 고백한 신정환은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이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안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남은 에너지를 쏟아서 보여드리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2010년 9월 필리핀 해외 원정 도박과 더불어 댕기열 거짓말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환은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기약 없는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동안 신정환은 2014년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렸으며, 싱가포르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 사업가로도 변신하기도 했다.

연예계 복귀에 대한 뜻을 보이지 않았던 신정환이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아내의 임신이었다. 지난 4월 코엔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소식을 전한 신정환은 사과메시지와 더불어 “곧 태어날 아이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며 방송복귀에 대한 뜻을 밝혔다.

신정환이 복귀할 작품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간 가운데, 결정된 작품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악마의 재능기부’였다. 신정환의 복귀를 위해 컨츄리꼬꼬로 함께 활동을 했던 탁재훈이 합류했다.


‘악마의 재능기부’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선 신정환과 탁재훈은 모든 것이 정 반대였다. 신정환이 새롭게 변한 방송국이 낯설다보니 엘리베이터 탑승부터 쩔쩔 맸다면, 탁재훈은 전과 다를 바 없이 약속시간에 지각을 했으며, 아무의 도움 없이 익숙하게 회의실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뭉친 두 사람은 ‘악마의 재능기부’의 촬영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악마의 재능기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탁재훈과 신정환이 그 동안의 논란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본인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 무보수로 재능을 기부하는 과정을 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제작진과 성실한 노동을 약속한 신정환과 파트너 탁재훈은 화곡동 옥탑방에 콜센터를 차렸으며, 이후 이들은 돌, 칠순, 경로당 잔치, 생일파티, 운동회, 직장회식, 개업회식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부름에 응답하게 됐다.

사진=‘악마의 재능기부’ 캡처
재능기부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홍보였다. 길거리 홍보에 앞서 신정환과 탁재훈은 지인 이상민과 딘딘, 이재훈 등 많은 SNS 팔로워를 자랑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SNS로 먼저 홍보에 나섰다. 탁재훈과 신정환은 근처 시장으로 가서 홍보 전단지를 돌렸으며, 이후 방송국이 밀집해 있는 상암동으로 이동해 홍보를 이어갔다. 많은 이들이 신정환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시민들은 “이제는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홍보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이 과정 가운데 탁재훈과 신정환은 수많은 방송관계자들과 마주치는가 하면, 심지어는 얼떨결에 현직기자와 인터뷰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과거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재능기부까지 나선 신정환이었지만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단순히 그가 두 번의 도박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대중을 상대로 ‘댕기열에 걸렸다’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었다는 것이었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거짓말을 한 신정환에 많은 이들은 실망했고, 결국 등을 돌렸다. 처음 도박논란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면 그의 방송복귀는 조금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대중은 신정환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방송복귀를 위해서 신정환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예능감, 즉 방송인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신정환의 복귀 소식에 많은 이들은 “연예계에 그렇게 사람이 없냐. 새로운 사람을 발굴해서 기회를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왜 굳이 신정환이냐”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정환이 진정으로 방송복귀를 원한다면 본인 스스로 최소한 ‘왜 신정환이냐’는 질문에 답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신정환의 마음이고,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것은 내 마음”이라고 말을 하는 시청자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1회 만 보면 당분간 신정환 앞에 ‘꽃길’이 펼쳐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에 앞서 대중이 사랑했던 신정환의 개그는 타고난 순발력과 더불어 재치 있는 디스전이었는데, 지금의 신정환은 본인 자체가 ‘디스’인 만큼 예전과 같은 활약을 펼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신정환의 재능기부는 시작됐다. ‘누가 신정환을 부른 것이냐’는 여론 속 과연 ‘악마의 재능기부’는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성공리에 끝마칠 수 있을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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