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문재인 정부가 이달에 주거 안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안, 민간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 확대, 그리고 ‘임대주택등록의무제·전월세상한제·임대차갱신청구권’ 등 주택과 관련한 주요 제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신규로 취득한 주택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임대료를 연 5% 이하로 인상하는 등 공공성을 지키면서 10년 이상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는 양도소득세 100%, 소득세(법인세) 75%, 재산세 75% 감면 등 대폭적인 세금 혜택을 준다. 여기에 저리의 매입 및 개량 자금 지원도 있다. 그리고 연 임대료 수입이 2,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임대사업자는 오는 2018년까지 임대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임대주택에 각종 혜택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세금만 축내고 민간임대주택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다.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세금을 내는 민간주택임대사업자 수는 대상자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는 임대주택 인프라 구축을 어렵게 하고 현실에 맞는 주택정책을 펼치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임대주택 등록과 세금 납부를 사각지대로 방치해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 현재 임대주택 등록을 하지 않고 임대사업을 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오히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합쳐 연 수백만 원의 새로운 부담이 생긴다. 자발적으로 임대주택을 등록하고 세금을 낼 바보는 없다. 시장에서 주택임대 소득세는 안 내도 되는 세금으로 인식돼 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지 않는 한 주택시장 정상화는 백년하청이다.
‘임대주택등록의무제’ 도입보다 등록자에게는 당근을, 미등록자에게는 채찍을 분명히 하는 방법으로 자진 등록을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임대주택 등록 기간을 설정하고 이 기간이 종료된 후 미등록 임대주택을 전수조사해 누락된 세금을 철저히 거둬들여야 한다. 미등록 주택임대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은 주거 빈곤층의 월세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래야 공평과세가 이뤄지고 반시장적인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주거 빈곤층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 문제는 2014년 이전에 취득해 임대하고 있는 구주택 800만여채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정부시책에 따르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민간임대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주택 800만여채를 제도권 밖에 방치한 상태에서는 주택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이 구주택 소유자에게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제도권 밖에서 주택임대업을 하는 책임을 민간에게만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거 빈곤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양극화’ 해소를 말할 수는 없다. 그 핵심은 먼저 제도권 밖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구주택 800만채의 등록과 세금 납부의 정상화, 다음으로 주택법상 최저 주거기준(1인당 14㎡)에 미치지 못하는 고시원, 쪽방촌, 반지하 월세방 등에 살거나 주거비부담비율(RIR)이 가처분소득의 30%를 초과하는 주거 빈곤층 가구의 주거 안정에 있다.
정부가 주거 빈곤층에게 충분한 물량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근본적으로 ‘미친 전월세’가 해소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는 재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주거 빈곤층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지 못하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내버려두면 이들은 ‘주거 빈곤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정부는 주거 빈곤층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지 못하는 기간 동안 주거비의 일정액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주택 바우처’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주거 빈곤층 대책의 실효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