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의 그늘...보험사기 노인이 는다

빈곤·사회안전망 부족에
60대 이상 사기범 10%↑
질병 등 병원관련 많지만
사고 가장 등 수법 지능화



광주 서부경찰서는 최근 교차로 횡단보도에 멈춰선 승용차 앞바퀴에 발을 슬쩍 밀어 넣고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가로채려 한 혐의(보험사기 등)로 A(69)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A씨는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교차로에서 B(45)씨가 몰던 승용차에 부딪힌 것처럼 속여 자동차손해보험금 166만원을 받아내려다 검거됐다. A씨는 국내 한 대기업을 퇴직한 뒤 별다른 직업 없이 매달 150만원가량 개인연금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노후준비가 잘 돼 있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험사기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

15일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진술에 의존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한 노인의 보험사기 범죄가 늘고 있다. 지난해 30∼50대 연령층의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5만8,044명으로 전년 대비 2,172명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의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1만1,231명으로 같은 기간 930명 늘어 약 1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노인 보험사기 범죄가 증가한 이유로 경제적 빈곤과 사회 안전망 부족을 꼽는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은퇴 이후 노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게 되고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인 보험사기 대부분은 허위·과다 입원, 질병, 장해 등 병원 관련 보험사기가 많지만 최근에는 일상생활 속 사고를 가장하는 등 보험사기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올 3월 서울시 송파구 가락시장 인근에서 모르는 차량에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며 허위로 신고하고 보험금을 가로채려던 김모(78)씨 등 5명을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송파구의 한 중학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뺑소니를 당했다며 신고했지만 인근 CCTV에는 김씨가 스스로 넘어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사정당국은 일상생활 속 노인범죄 사기가 개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일상생활 속 노인 보험사기는 집단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각 보험사별로 자체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 소액이고 단발성이라 대대적인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사기가 꾸준히 늘어나자 경찰청과 금감원은 합동으로 오는 11월3일까지 보험사기 집중 단속에 나선다. 지난해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시행하면서 보험사기범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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