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꾸준히 환매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주식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원자재 값이 상승 추세인데다 경제 전망도 좋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해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3개월 동안 12.99%의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미래에셋연금러시어업종대표 펀드에서 같은 기간 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역시 3개월간 7.97%의 수익률을 보인 JP모간러시아 펀드에서도 81억원 넘게 환매가 일어났다. 신한BNPP봉쥬르러시아 펀드가 45억원가량 늘어 지난 6개월간 자금 유입에 성공한 유일한 러시아 펀드다.
올해 초 러시아펀드는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가 증산하며 유가가 40달러로 하락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러시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원유 수출이 타격을 받으며 러시아펀드 역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기록하는 등 수모를 겪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빠르게 회복했다. 경제 회복 기대감도 수익률을 견인하는 데 힘을 보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하반기 전망을 통해 러시아가 올해 1.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성장률도 1.4%로 전망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러시아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경제 펀더멘털 개선이 분명하고 그동안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러시아 RTS지수도 최근 3개월래 최고가를 돌파했다. 국내 러시아펀드가 대부분 RTS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러시아펀드의 수익률 또한 한동안 순항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러시아펀드에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지지만 정작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훈 삼성증권 WM리서치팀 연구원은 “지수가 양호한데도 투자자들이 역선택을 하는 배경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등 정치적 상황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양호한 글로벌 경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주가지수가 대부분 상승세에 있던 지난 8월 러시아 주가지수가 연초 대비 10.3% 급락한 점에 실마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조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러시아 외교시설을 폐쇄하는 등 양국 간의 긴장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글로벌 펀드시장에서 러시아에 대한 매수의견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정치적 이슈와 경제적 지표의 괴리보다는 GDP 성장에 대한 신뢰, 생산 측면 실물지표 개선, 내수경기 회복과 저평가된 주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