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분주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다./이호재기자
‘월급 250만원 이하면 집에 들어앉는 게 이익’ 어린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들이 흔히 말하는 손익분기점이다. 여성의 경력단절과 조부모 양육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육아에 드는 돈만 따졌을 때의 얘기다.
그렇다면 실제 소득 수준이 각기 다른 가정이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은 얼마나 될까.
충북 청주의 한 공공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A(28)씨는 남편의 한 달 수입 120만원 가운데 30만원을 아이에게 쓴다. 기저귀에만 11만원이 들고 분유 값으로 9만원이 나간다.
그나마 저소득층으로 인정받았지만 아이를 무료로 봐주던 단지 내 가정 어린이집이 폐원하면서 취업 준비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이를 돌보는 ‘이모님’은 하루에 4만원을 줘야 하고 정부 지원 시간제 돌보미 서비스는 자리가 나지 않았다.
A씨와 같은 저소득가정은 어린이집 입소에 우선권을 주고 보육료를 비롯해 특별활동비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원한다. 하지만 문제는 보육시설 자체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낮춰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공공임대아파트는 어린이집을 설치하기 어렵다. 실제 충북의 한 공공임대단지 내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원장이 반드시 거주해야 한다는 공공주택법과 어린이집에 거주하면 안 된다는 영유아보육법이 상충해 폐원하기도 했다. 공공임대단지 내 공동건물인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것도 현재 공공임대주택 관련 규정이 무상임대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불가능하다.
중산층은 맞벌이로 들어오는 수입보다 육아비용이 훨씬 커 외벌이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을 따라 두 아이를 데리고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며 회사를 그만둔 B(37)씨는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특별활동비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는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영어나 체육·미술 등 특별활동비로 7만원을 냈지만 이사한 곳의 유치원은 여섯 배에 가까운 40만원을 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큰 아이는 미술학원, 작은 아이는 학습지를 신청하고 주말에 아이를 위해 외출하는 비용을 따져봤더니 아이들에게만 한 달에 123만원이 들었다.
부유층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육아도우미 가격과 사교육 열풍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똑같은 육아도우미 비용도 서울 강남 지역은 월 200만원 이상으로 비싸다. 최근에는 월 200만원을 웃도는 영어유치원이나 월 100만원이 넘는 놀이학교 등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소득과 무관하게 아이가 있는 가정은 경제적 부담을 육아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많은 돈이 드는 보육은 각 가정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육아의 최우선 조건이 ‘돈’이 되면서 가정은 탄생부터 마무리까지 영향을 받는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어린이집이나 조부모가 있는 곳에 대출을 끼고라도 집을 마련하느라 가정 경제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부모는 일터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 정서가 불안해지고 성인이 될 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말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부모는 조손 육아가 주는 즐거움 못지않게 정신적·신체적 피로에 시달리고 육아비용까지 보태야 해 부담이 크다. 특히 외할머니·엄마 등 육아부담이 여성에게만 가중되는 한국의 현실은 여성의 삶을 더욱 버겁게 만들고 살인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의 갈등, 엄마를 ‘맘충’으로 부르는 극단적인 비난도 결국 육아부담에서 시작한 것이다.
결론은 아예 아이를 안 낳거나 둘째 낳기를 포기하면서 늙어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오직 돈만이 부모의 조건으로 여겨지는 세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무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경제력 외에 부모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낮다”고 지적했다.
/임세원·이수민기자 why@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