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도 넘긴 北미사일...무색해진 文의 '대화 신호'

'인도적 지원' 발표 다음날
유엔 제재 결의 사흘 만에
3,700km 탄도미사일 도발
안보리 오늘 긴급회의 소집
아베 “文, 지원시기 조절을”



북한이 15일 또다시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한 지 사흘 만에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또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계획을 내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지 불과 하루도 안 된 시점에서 감행한 도발이다.


안보리 제재는 물론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면서까지 손을 내밀려는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복원 움직임도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핵 무력 완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행위로 분석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6시57분께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최대 고도는 770여㎞, 비행거리는 3,700여㎞로 판단됐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29일 유사 지점에서 발사했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비행거리인 2,700여㎞보다 1,000㎞ 정도 더 길 뿐 아니라 평양에서 괌까지 직선거리인 3,400㎞도 훌쩍 넘어선다. 역대 최장거리다. 괌의 미군기지가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갔음이 확인된 셈이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대해 청와대는 전날 이미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해 비상대기 체제를 유지하면서 우리 군에 즉각적인 대응을 사전에 재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완료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6분 만에 대응 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 추가 제재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과 일본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15일 오후 3시(한국시각 16일 오전4시)에 열기로 했다. 강경한 내용의 의장성명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시기에 대해 고려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재차 이런 폭거를 저지른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이런 길을 계속 가면 밝은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모든 나라가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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