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바이크]<45회>인생샷 찍고 온 2017 BMW모토라드 데이즈

■BMW를 타지 않는 당신도 가야 하는 이유

얼마 전 인생사진을 건졌습니다. 지난 8~10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BMW 모토라드 데이즈에서였죠.

BMW 모토라드 데이즈는 매년 열리지만 저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다른 제조사 바이크를 타든 말든 아무나 가도 되는 행사지만, 그동안 귀찮거나(…), 같이 갈 사람이 없거나, 다른 일이 생겼거나 해서 못 가봤거든요. 올해는 동호회 분들이 가시길래 저도 쭐래쭐래 따라갔더랬죠.

그런데 이런 인생사진을 득템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초대형으로 인화해서 액자 걸어놓을테다…, /사진제공=BMW코리아


그렇습니다. ‘BMW R나인T 퓨어’를 타고 인제 서킷을 도는 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모토라드 데이즈에는 미디어 대상의 시승 행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미리 보호 장비를 챙겨 갔죠. 누구나 그렇듯 저도 알나인티를 꼭 타보고 싶었는데 서킷에서 타게 될 줄은 몰랐네요. 사실 제일 타보고 싶었던 건 카페레이서 모델인 알나인티 레이서였는데 두카티 몬스터를 타는 모 기자가 참 잽싸더군요.

그래도 알나인티라니. 너무나 기대되지만 동시에 시승 때 언제나 그렇듯 어쩔 수 없이 겁나기도 했습니다. 주차된 바이크를 지면과 수직으로 세울 때 보통 감이 오는데, 알나인티는 생각보다 무겁기도 했구요. 제원표를 보니 제 가와사키 W800보다 5㎏밖에 안 무거운데도 지레 겁먹은 걸까요.

그래도 걱정보다는 신남이 앞섭니다.

열심히 신발끈을 묶고,

헬멧 끈도 묶고

다른 기자들과 함께 출발할 준비를 합니다. 자동차 전문지 분들이 대부분이신데 아마 바이크 실력이 어마어마하실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속한 동호회(=사진기자 바이크 동호회) 분들도 바이크 경력이 만만치 않으셔서 저는 천천히 뒷쪽에서 안전하게 타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피트를 향해 출발. 먼저 오늘 시승 행사에서 저희들을 돌봐주실 조항대 선수님이 간단히 코스와 주의 사항을 설명해주십니다. BMW 모토라드 라이딩스쿨의 교관이시기도 한 조 선수님은 오늘 라이딩 수트를 입으셔서 너무나 프로페셔널한 아우라를 뿜고 계십니다.

피트 근처에서 바라본 서킷은 이런 모습입니다. 숱한 스키드마크의 위엄!

카페 레이서를 선점한 동료 기자와 한컷 더 찍어보고,

그리고 마침내 출발!!!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되뇌이며 스로틀을 당겼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어느새 바이크로 서킷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엄마 낳아줘서 고마워요!!!!!!부터 오늘만은 내가 인생의 위너 등등…말 못하게 행복했습니다.

대략 이런 기분


처음 한 바퀴는 서킷에 익숙해져야하는 만큼 조 선수님을 졸졸 따라 달리고, 두세 바퀴째부터는 추월이 가능합니다. 약 40분 가량 몇 바퀴나 달렸는지는 모르겠네요. 서킷 라이딩이 익숙한 기자들도 있고, 기자가 아니더라도 시간과 여유가 많아 서킷에 자주 오시는 바이크 매니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냥 감개무량하였읍니다(…)


알나인티는 듣던대로 클래식 감성이 쩔어줍니다. 바바방, 하는 후적 소리가 낯설면서도 멋졌습니다. 그리고 역시 BMW 바이크의 브레이크는 저의 가와사키 W800과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좀 슬퍼지려고 하니깐요. 브레이크가 섬세하다보니 평소 W800 타던대로 하면 울컥거리더군요.

서킷이니까 시속 150㎞까지 마음껏 속도도 내 보고, 코너링도 연습해봅니다. 그런데 코너링은 여전히 좀 무서워서 평소보다 격하게는 못 하겠더군요.

피트에서 찍은 동영상도 올려봅니다. 잘은 안보이지만 두번째로 지나가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으쓱으쓱.

그리고 마침내 서킷 주행을 마치고 피트 인.

다시 바이크를 제 자리에 주차해놓기 직전에 잠시 제꿍의 위기가 있었지만 무사히 넘겼습니다(휴). 눈부신 알나인티 레이서에 한번 앉아보고 기념 사진도 남겼습니다.

시승을 마친 기자들이 저 구석에서 북적대길래 뭔가 싶어 봤더니 조 선수님과의 인증샷 촬영에 여념이 없으시더군요. 역시 바이크 갓(God), 인기인!!!

나도나도
이런 인기가 매우 익숙한 선수님
저는 미디어 대상의 시승 행사에서 서킷을 타봤지만, 일반 참석자도 누구나 미리 예약하고 참가비(2만원)를 내면 BMW 모토라드 데이즈에서 서킷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BMW 바이크 시승이나 스쿠터 트랙 체험도 사전예약이 필요하지만 참가비는 따로 없구요.

서킷을 달리지 않더라도 모토라드 데이즈는 즐거운 행사입니다. 푸드 트럭, 각종 용품 판매, 전시, 바이크 스턴트 쇼, 이밖에도 이런저런 체험 이벤트가 가득이거든요.

저는 사전에 아무런 준비 없이 갔지만 사이드카 체험 이벤트를 매의 눈으로 찾아내고 말았습니다!

무려 알나인티 사이드카!!!ㅠㅠ(감격)운전해주시는 분…너무나 터프한 운전 덕분에 신남이 3배로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만 10세 바이크 꿈나무. 미니 바이크로 미니 서킷 주행을 선보였던 이 분은 너무나 능숙하시었습니다…!!

만 10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간지
최소 무릎 좀 긁어보신 분
한켠에서는 바이크 림보 배틀이 펼쳐집니다. 말 그대로 바이크를 타고 진행하는 림보 게임입니다. 바의 높이가 가장 낮아진 후부터는 통과하면서 동전 줍기, 야구공 옮겨놓기 등이 추가됩니다. 핵 어려워 보이는데 그래도 해내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엄청난 분들이셨습니다.

마치 길가다 동전 줍듯
푸드 트럭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곳곳을 둘러봅니다. BMW 바이크 전시는 물론이고,

벨스타프라든가 라이딩 장갑, 의류, 심지어 와인 할인판매까지 각 부스에서 진행 중입니다. 전 벨스타프 블루종 하나가 마음에 들었는데 100만원이 넘어서 죽기 전엔 살 수 있겠지, 하며 고이 내려놓았습니다.

바이크 커스텀 업체의 부스에선 이런 멋진 커스텀 바이크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가족 동반으로 많이들 찾는 행사인 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들도 준비돼 있죠. 저도 갖고 싶다능(…)

주차장에 빽빽이 주차된 BMW 바이크들. 가끔 가와사키, 혼다 등도 눈에 띕니다. 사실 저도 가보기 전에는 BMW 오너만 가야 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왜냐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거든요. 즐거운 놀 거리가 너무 많은데 누가 어떤 바이크를 타는지 무슨 상관입니까. 게다가 서킷 체험 같은 행사만 아니라면 참가비도 따로 없고, 그냥 지갑만 들고(?!) 오시면 됩니다.

덕분에 두고두고 즐거울 기억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바이크를 안 탔더라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았겠지만, 이렇게 차원이 다른 재미를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내일도 조심조심, 신나게 바이크를 타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라이더들을 더 모이고 뭉치게 도와 주는 BMW 모토라드 데이즈 같은 이벤트가 앞으로도 더욱 흥하길 바래 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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