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서비스이사회서도 中에 침묵하나

제소 카드 접은 데 이어 사드 보복 부당성 언급 안할 가능성 높아

정부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접은 데 이어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이유로 WTO에 제소하지 않겠다고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6일 열리는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중국의 유통·관광 분야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로 한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그 문제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서비스이사회에서 사드 보복에 대한 부당함을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공식 제소가 아닌 만큼 WTO 조사 같은 후속책은 없어도,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부담이 클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 부분이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우리나라 산업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만약 한국이 WTO에 제소하려 한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난 3월과 6월에 열린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도 우리 정부는 사드 보복과 관련해 중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그런 조치를 취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 전직 통상교섭본부 고위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조치가 WTO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도록 준비된 측면이 크다”면서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협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 공론화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반발 수위가 예상보다 거세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는데 세계기구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기업과 기업인도 대한민국 구성원”이라고 하소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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