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좋지 않다. 당장 여당의 개혁법안과 야당의 대응법안이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를 3%포인트 올리는 법안을 내놓자 자유한국당에서 중소·중견기업 법인세율을 낮추는 안으로 대응하는 식이다. 근로시간 상한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낮추는 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역시 노동생산성 제고 없이 기업의 비용부담만 높일 것이라는 야당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의료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이른바 ‘문재인케어’와 탈원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촉진법 개정안’ 등도 평행선을 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한 양측의 충돌이 불 보듯 뻔하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민생국회를 다짐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면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고 시급한 경제현안부터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행히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단서를 붙기이기는 했지만 규제프리존특별법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쯤 되면 여당도 전 정권 때처럼 반대할 명분이 없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열풍 역시 은산분리법 개정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켜줬다. 이 모든 게 규제 완화 없이는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살릴 수 없다는 메시지다. 국회가 이 같은 최소한의 합의조차 못 이룬다면 우리 경제에 희망이 자리 잡을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