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늘었는데 전력생산은 뒷걸음…신재생의 역설=이유는 간단했다. 사라진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풍력과 태양광설비를 급격히 늘렸는데 이 같은 ‘과식’으로 전력수급체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탓이다. 19일 독일의 대표 싱크탱크인 프라운호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풍력발전 분야에서 생산해낸 전력량은 77.84TWh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풍력발전 설비는 전년 대비 11.1%(4.97GW)로 원전으로 따지면 5기 분량의 설비가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생산전력 감소는 믿기 힘든 결과였다. 이 같은 현상은 태양광발전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독일이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해낸 전략량은 37.53TWh로 2015년(38.74TWh) 대비 3.1% 줄었다. 역시 같은 기간 태양광발전 설비는 39.33GW에서 40.86GW로 늘었다.
원인은 들쑥날쑥한 날씨에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를 우후죽순 세워놓았지만 들쑥날쑥한 날씨로 당초 예상보다 전력생산이 되레 뒷걸음질한 셈이다. 실제로 흐리고 바람이 없었던 지난 1월24일 독일에서 가동된 태양광·풍력발전 설비는 고작 2.4GW에 불과했다. 당시 전체 가동 가능한 설비가 94GW였던 것을 고려하면 고작 2.6%만 전력생산에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대 전력수출국이자 수입국 된 독일=전체 전력 설비의 절반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독일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전력을 수입도, 수출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독일은 햇빛이 나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아 전력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면 이웃 국가에서 전력을 사온다. 주요 대상은 원전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프랑스 등이다. 올해 9월9일 기준 독일이 프랑스와 스웨덴·덴마크에서 사온 전력량만 6.65TWh에 달한다. 벌써 지난해 한 해 동안 사왔던 양(6.23TWh)을 넘어섰다. 반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네덜란드 등에 판 전력량은 36.56TWh다. 표면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속사정은 이와 다르다. 탈(脫)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1년부터 독일은 발전차액제도(FIT)를 강화해 수요와 상관없이 신재생 사업자의 전기를 무조건 사줬다. 쓸 사람도, 저장해놓을 곳도 없어 이렇게 사들인 전기를 이웃 국가에 구입가보다 낮게 일종의 ‘덤핑’판매를 하는 게 독일 전력구조의 현실이다. 실제로 20TWh를 수출했던 2012년 벌어들인 돈이 14억유로가량이었는데 50TWh를 수출한 지난해에 벌어들인 돈은 16억유로가 채 되지 않았다.
◇고작 신재생 21%에 몸살…獨, 반면교사 삼아야=공교롭게도 독일이 지난해 기준 풍력과 태양광 설비를 통해 생산해내는 전력량도 전체의 21%가량이다.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번 문재인 정부의 목표(2030년 20%)와 엇비슷하다. 정부의 탈원전·신재생 확대 정책이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탈이 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아직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양수발전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무책임하다”며 “급격히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렸다 이로 인해 요금 인상과 전력수급 불안정 문제까지 겪고 있는 독일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