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아카데미]내부회계관리제도 재정비 '투명성 꼴찌' 탈출을

한상현 삼정KPMG 상무이사
회계부정 막아 경영 효율 제고·주주 권익 보호해야

한상현 삼정KPMG 상무이사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박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IM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계 감사와 회계 업무 및 기업의 이사회 운영, 경영진의 신뢰도, 주주 권익 측면에서 조사된 63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형 분식회계 사건들도 국내외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분식회계 사건은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엔론 및 월드컴 등 대형 분식 사건이 발생했었고 일본도 가네보·올림푸스·도시바와 후지제록스 등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2002년 사베인즈-옥슬리법 (SOX법) 제정 등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회계감독기구(PCAOB) 설치, 비감사 업무 제한을 통한 감사인의 독립성 제고, 감사위원회에 의한 외부감사인의 비감사 업무 사전 검토 및 승인, 재무제표 관련 경영진의 책임 강화, 내부고발제도 활성화, 그리고 재무보고와 관련한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의 평가 및 내부통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 등이 있다. 미국은 이러한 회계투명성 제고 기능을 통해 재무보고와 관련된 내부통제 평가 및 감사가 시행된 2004년 이후에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이 감소했고 재무제표의 왜곡 가능성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사정과는 다르다. 2006년도에 내부통제에 대한 감사제도가 실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회계부정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정 위반에 대한 약소한 제재, 제한된 인력으로 인한 금융 당국의 감독 한계, 기업의 매출 지상주의와 사내 파벌 경쟁, 상명하복 문화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미국과 유사한 제도라 할지라도 그 결과는 다르다.

외부감사인 검토 의존한 ‘형식적 제도’ 전락

경영자 질문·문서 검토 등으로 진행… 확인 한계

연결재무제표 포함 안돼 제도적 불완전성도 커


믿을만한 재무정보 위해 검증·제도 보완 필수

소규모 자회사까지 내부회계관리 운영 포함

경영환경 변화 반영한 모범규준 마련 고려도

우리나라의 경우도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일찌감치 도입했으나 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평가 및 검토가 형식적이고 효익이 없는 제도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내외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재무정보를 산출하는 재무보고활동에 수반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은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 위험 관리활동을 해야 하며 내부통제는 기업의 비즈니스에 있어 주요 위험을 파악하고 관리해 기업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특히, 외부감사인의 검토만 받도록 하다 보니 주로 경영자의 질문과 문서 검토 등의 절차로 수행되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감사인도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비적정 의견은 감사인 지정 사유가 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연결재무제표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불완전한 제도이기도 하다. 국제회계기준으로 지난 2011년 연결재무제표가 도입됐으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모회사와 규모가 있는 자회사만 운영해도 되다 보니 기업들은 자회사의 재무보고 프로세스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그러나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분명히 효익이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적절히 운영되면 내부 감사와 경영진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대규모 분식회계의 여파로 향후 경영진과 내부 감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책임이 커질 것이다. 이에 재무제표의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재무보고 프로세스 및 통제가 적절히 운영돼야 하며 이에 대한 검증 결과 역시 필요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자산 횡령의 가능성을 낮춰 기업이 자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며 재고자산 등 기업의 영업자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모니터링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해외의 연구 사례로 볼 때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회계투명성과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우선 금융위의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제도 전환 계획은 환영할 만한 조치다. 감사제도의 전환은 기업과 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제대로 검토하게 하고 기업이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다만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도 필요할 것으로 고려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업무에 대한 감독 당국의 감리 역시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은 미국에 상장돼 있는 국내 기업의 재무제표와 재무보고에 관련한 내부통제에 대한 회계법인 업무의 감리를 수행하는 PCAOB와 공동으로 감리업무를 수행하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업무와 관련한 노하우를 축적해 이미 감독 당국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더불어 최근의 경영환경을 반영한 모범규준의 마련도 기업이 이 제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재무보고와 관련된 통제가 적절히 운영된다면 기업의 비즈니스 운영의 결과인 올바른 재무정보를 산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위험이 관리되고 있는지, 기업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적시에 파악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올바른 정보를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건전한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본연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지 재정비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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