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폰' 공습에 통신비 인하 정책 퇴색되나

고가 갤노트8·V30 초반 흥행
통신비에 단말기값 부담 커지며
약정할인율 인상 효과 상쇄시켜
정부 인하 압박 거세질 우려 속
"요금제만 통신비 산정" 지적도



통신비 인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고가 스마트폰의 흥행 열풍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출고가가 100만원을 넘거나 육박하는 이른바 ‘밀리언폰’들이 잇따라 출시돼 약정할인율 상향에 따른 통신비 인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말기 가격의 상승이 통신비 인하 압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약정할인율 상향에 따른 요금 할인 혜택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갤럭시노트8 64GB(출고가 109만4,500원) 모델을 선택하고 SK텔레콤의 ‘밴드데이터 퍼펙트 요금제(월 6만5,890원)’에 2년간 선택약정으로 가입하면 5.9%의 할부 이자를 더한 월 할부원금(4만8,459원)에 할인 받은 통신요금(4만9,418원)을 합쳐 월 9만7,877원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8’ 64GB모델을 당시 요율인 20% 약정할인으로 가입했다면 월 할부원금(4만1,397원)에 할인 받은 통신요금(5만2,712원)을 더해 월 9만4,109원을 2년간 매달 납부하면 된다. 약정할인율 상향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8 구매자들의 통신비가 5개월 전 갤럭시S8 구매자 대비 월 4,000원 가량 높아진 셈이다.

LG전자(066570)의 ‘V30’(출고가 94만9,300원)를 구입해도 상황이 비슷하다. V30 모델을 선택하고 밴드데이터 퍼펙트 요금제에 선택약정으로 가입하면 월 할부금(4만2,031원)에 통신요금을 더한 9만1,449원을 매달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V20’ 출시 당시 해당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20% 약정할인을 받았다면 월 9만2,552원을 납부해야 해 월 할인 혜택이 1,000원 밖에 줄지 않는다. 높아진 출고가가 약정할인 상향 효과를 넘어서거나 상당 부분을 상쇄하는 셈이다.

이 같은 고가 스마트폰이 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 연말께 국내에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X’ 256GB 모델의 경우 부가가치세 등을 감안하면 출고가가 150만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 인하에 힘을 주고 있는 정부로서는 난감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통신비는 순수 통신요금에 단말기 할부금을 더한 수치로 고가 단말기 판매 증가는 가계통신비 증가로 이어진다. 가계 통신비는 지난 2013년 15만2,800원에 달했지만 알뜰폰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14만 4,000원까지 내려갔다.

결국 분리공시제 도입 등으로 단말기 가격을 낮추거나 국민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가계통신비 구성 항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고가의 단말기 구입이 늘어날 경우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가계 통신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며 “비싼 단말기를 구입해 놓고서는 통신비가 높다고 항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계속되는 고가 단말기 출시로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 수위 또한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 36.2%는 가계통신비 항목에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은 지난해 기준 14만4,000원에 해당하는 가구당 월 통신비를 모두 이통사가 챙겨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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