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본 기자의 미래세상] 산업지도·생활 바꾸는 드론

배달 등 현재 활용분야만 192곳
2032년엔 10억개 날아다닐 듯

추석 등 명절에 경찰이 드론을 띄워 버스전용차로 위반 단속을 한다. 방송국은 드론으로 들판 영상을 생생하게 촬영한다. 이미 국내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이제는 농협이 농약 살포, 작물 씨 뿌리기와 모니터링, 산림보호 등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전은 송전탑 감시에 사용하고 교도소에서는 탈옥을 막기 위해 시범운용에 들어갔다. 북한이 지난 6월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 드론을 침투시켰지만 군에서도 일찌감치 드론으로 적의 동태를 일부 정찰, 감시해왔고 공격할 수도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쓰임새가 훨씬 다양하다. 스위스는 우체국에서 드론으로 우편배달을 한다. 긴급 구호물자와 의료물자도 투입한다. 영국에서는 아마존이 지난해 말 드론 물품 배달을 일부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지하철 공사 모니터링과 3차원(3D)모델링으로 공정관리에 나선다. 일본은 농약·비료 살포 등 농업용으로 널리 쓴다. 미국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캘리포니아 해안선이 어떻게 범람하는지 3D 지도를 만들고 호수 생태계도 연구한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에서 드론 공격도 일반화됐다. 케냐에서는 영국의 도움을 얻어 지면에 노출된 방대하고 험한 지역의 공룡화석을 찾는다.

미국에서 기후온난화 등에 따른 캘리포니아 해변의 변화를 드론으로 관찰한 모습.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30~2032년에는 10억개의 드론이 다닐 것”이며 “현재 드론 활용 분야만 꼽아도 192가지나 된다”며 자세히 영상을 보여줬다. 이런 추세라면 30~40년 뒤에는 ‘1인 1드론’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방송촬영과 레저용이다. 생생한 영화·방송·콘서트용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앵커가 교통사고나 재난현장에 가지 않고도 현장과 인터뷰한다. 시위나 원전 폭발, 전쟁현장도 중계한다. 불빛을 비춰 밤에 보행을 돕고 홀로그램처럼 광고를 띄운다. 줄을 매달면 수상스키처럼 이용할 수 있고 악마의 옷을 입혀 핼로윈데이를 즐기고 레이저를 쏴 밤에 이벤트도 한다.

물류나 운반용으로도 다양하다. 드론이 로봇팔로 의자나 맥주 등을 나르고 바퀴를 달면 에어택시가 된다. ‘그라운드 드론’은 굴러다니며 수취인의 얼굴을 인식해 배달한다. SF영화처럼 중국 드론업체 이항과 독일 항공사 볼로콥터는 드론택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자동차산업이 10~20년 내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격변을 겪을 텐데 드론과도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며 “드론 배달이나 리스가 활발해지면 상권이나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물류업체인 DHL이 드론으로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


구호나 화재진압용으로도 각광 받는다. 심장박동기를 긴급 투입하거나 환자와 의료물품 등을 실어 나르는 ‘앰뷸런스 드론’도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났을 때 구조에 투입된다. 화재 진원지를 찾아내 물과 화학물질을 뿌린다. 교통체증이 심한 곳을 찾고 다리와 건물이 위험한지 분석한다. 태풍 현장에 투입해 인근 지역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다. 바다의 비닐·플라스틱 등을 청소하고 유출 기름을 걷어내는 것은 물론 해양 생태계를 파악하고 해상시설도 관찰한다. 고래 물줄기를 보고 병이 있는지 알아낼 수도 있다.

방범용으로도 쓰여 스토커나 범죄자의 행방을 추적하고 광견병에 걸린 개를 찾아낸다. 경비나 보디가드 역할도 한다. 과학분야에서는 멸종동물 분포와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정밀 지도를 제작하는 데 쓴다. 농업 분야에는 이미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농약 살포와 모니터링, 물 부족 위치를 파악하고 가축을 모는 목동도 된다. 해바라기를 쪼아먹는 새를 소리로 쫓아내고 산림 방재나 모니터링용으로도 쓰인다.

정보통신 쪽에서는 페이스북이 드론으로 아프리카·남미 오지에 와이파이를 제공하려 하고 구글은 드론으로 인터넷과 통신망을 구축하려 한다. 프레이 소장은 “해킹으로 인한 보안 문제와 사생활 침해 논란도 여전히 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산업과 직업에 파급효과가 엄청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구미시농업기술센터가 한국항공대·한국농수산대의 협조를 얻어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드론으로 병해충 방제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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