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보유자산 축소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옐런 의장은 “경제의 지속적인 강세가 (금리의) 점진적 인상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다음달부터 100억달러 규모를 시작으로 향후 수년에 걸쳐 보유자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1.00~1.25%)를 동결했지만 오는 12월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쌍끌이 긴축’을 예고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미지의 길’ 앞에 서게 됐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푸는 양적완화가 새로운 실험이었듯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역시 처음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공개한 정상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석 달 동안 연준은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와 주택저당채권(MBS)의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매달 최대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의 보유자산을 축소하고 내년 10월까지 3개월마다 한도를 상향해 국채는 매월 최대 300억달러, MBS는 200억달러까지 재투자를 중단한다.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연준 자산은 현재 4조5,000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1년 3조달러대로 줄어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연준은 유동성 잔치를 즐겼던 시장이 받을 충격에 대비해 올 초부터 자산축소 계획을 시사했으며 축소 규모도 월 100억달러에서 시작해 분기마다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신중한 조치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연준의 자산축소 계획 발표는 이미 시장에서 예고돼왔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최근 미국의 허리케인 충격과 물가 상승 부진에도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나 올리며 자신감을 보이며 ‘매파’적 태도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애초에 기대를 접었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연준 위원 16명 중 12명은 이날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기대를 표했으며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세 차례로 유지됐다. 연준은 올 들어 3월과 6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만큼 시장에서는 12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세 차례, 2019년 두 차례, 2020년 한 차례 등 단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도 장기금리 전망치는 종전의 3.0%에서 2.75%로 낮춰 금리 인상 폭이 당초 예상보다는 줄어들 것임을 암시했다.
연준의 본격 긴축 소식에 시장도 당장 반응했다. 이날 뉴욕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치솟았고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4bp(1bp=0.01%포인트) 오른 2.287%를 기록했으며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도 이날 FOMC 후 1%가량 올랐다.
일각에서는 연준발 불확실성이 향후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연준의 완화정책 종료가 다음 금융위기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리스 도티 SIT인베스트먼트 수석펀드매니저는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적어도 향후 2년간 시장에 영향을 주며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보유한 채권 물량을 다른 시장 참가자들이 떠안게 되면서 주식 등 다른 시장이 역풍을 맞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랙록은 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부터 채권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미 국채 금리가 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