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가 주목한 사실은 파리바게뜨가 근태관리시스템 애플리케이션으로 제빵기사의 출퇴근 등을 체크했고 채용·임금·승진 등에 관한 일괄적인 기준도 마련해 시행했다는 점이다. 파리바게뜨가 노무 관리까지 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실사용사업주는 파리바게뜨라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식은 이와 다르다. 협력사(도급업체)가 제빵기사 임금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가맹점주에게서 나오는 돈이고 제빵기사가 일하는 장소 역시 가맹점인데 어떻게 본사가 실사용사업주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는 가맹점에 근무하면서 가맹점주의 매출과 이익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실사용사업주는 가맹점주”라며 “가맹점이 자신의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자신의 비용으로 고용해야 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고용부의 이번 조치는 품질 유지를 위한 교육·훈련·통제 등을 허용하고 있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상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본사가 브랜드의 품질 관리 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 제5조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은 본사로 하여금 가맹점 사업자와 그 직원에 대한 교육훈련, 경영영업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조언과 지원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맹점 사업자는 가맹본부가 상품 또는 용역에 대해 제시하는 적절한 품질 기준을 지키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들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제빵기사의 업무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부의 지시대로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을 직고용하더라도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다. 파견법이 허용하는 경비·청소 등 32개 업종에 제과·제빵 업종은 포함돼 있지 않다. 바꿔 말해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고용하면 가맹점주는 협력업체가 아닌 본사와 새로운 도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가 본사 소속 제빵기사에게 그 어떤 업무 지시라도 내리면 역시 파견법 위반에 해당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제빵기사를) 직고용하더라도 가맹점 제조기사의 근무 장소는 가맹점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가맹점주의 업무지시로 인한 불법파견 논쟁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붕괴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본사가 모두 직고용하라는 얘기는 사실상 전 매장을 직영화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사업(프랜차이즈)은 기본적으로 투자 및 채용 등을 본인이 책임지는 독립적 사업자를 기본 단위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며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본사가 채용하라는 지시는 프랜차이즈 산업 특성을 무시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고용부 조치가 파리바게뜨에 가맹본부가 아닌 빵 제조업체가 되라는 말과 똑같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가 어떤 파급 효과를 낳을지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고용부가 시정지시 공문을 보내게 되면 파리바게뜨는 그날로부터 25일 이내 제빵기사 5,378명을 직고용해야 한다. 미이행시 고용부는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25일 이내 약 5,400명을 한꺼번에 고용할 수 있겠느냐”며 “업체에게 너무 가혹한 부담을 지웠다”고 토로했다. 고용부는 이번 조치로 제빵기사의 임금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사가 직고용하면 중간에서 사라지는 돈이 제빵기사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고용부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인건비 상승분은 다시 가맹점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본사가 기간제 등 비정규직 근로자로 이들을 직고용하면 고용 불안정 문제도 해소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법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사가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근태 관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본사에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고용하라고 요구하면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생태계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공장 제조업에 대한 규율 체계로 복잡다기한 사업영역을 다루게 되면 법적 판단과 현실 인식, 필요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양한 산업 환경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노동법 규율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