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유엔 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정상들의 기조연설. 196개 회원국이 참석 의사만 전하면 어느 나라든 연설할 수 있다. 회원국이 많다 보니 하루 30회가 넘는 연설이 줄을 잇는다. 악명 높은 맨해튼의 교통 체증 때문에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할애된 시간은 15분 정도지만 이를 초과해도 저지하지는 않는다. 주제도 제 맘대로다. 하지만 연설 순서는 각국의 신경전 탓에 나름의 프로토콜이 있다. 유엔 창립총회 때 사회를 본 브라질이 맨 먼저고 유엔 소재국인 미국이 두 번째다. 이후에는 연설자의 지위를 따진다. 대개 국왕-대통령-총리-외교장관 등의 순이다.
유엔 총회는 종종 연사의 막말과 돌출 행동으로 오점을 남기기도 한다. 천막 소동을 벌인 카다피는 기조연설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테러 이사국’이라고 비난하는 데 100분가량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1960년 필리핀 대표가 소련의 동유럽 침공을 비난한 데 격분한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이 신발을 탁자에 내리쳐 분풀이한 일화도 유명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악마’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이스라엘 대표는 시오니즘을 비판한 유엔결의안(1975년)을 연설 도중 찢어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겨냥해 초강경 메시지를 던지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뉴욕 도착 후 ‘개 짖는 소리’라며 ‘맞짱’을 떴다. 22일 유엔총회 연단에 오르는 리용호가 어떤 막장극을 연출할 지 모르겠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