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채용비리' 금감원 압수수색..."司正 바람 부나" 금융권 긴장

금융사 고위 임원 등 청탁 연루설
"적폐로 몰려 불똥 튈라" 전전긍긍

서울남부지검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내 서태종 수석 부원장실과 총무국, 감찰실 등 인사비리와 관련된 5곳을 압수수색한 22일 압수수색을 마친 관계자가 압수물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감사원 감사 결과로 채용비리가 드러난 금융감독원을 22일 전격 압수수색 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 채용비리를 시작으로 모든 금융사에 대한 채용비리 등 사정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더구나 이번 채용비리에 금융지주 회장과 국책은행 고위 임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자칫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검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이날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총무부와 감찰실,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 국장급 이모씨의 사무실 3곳뿐만 아니라 문제가 된 3명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해 모종의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서 수석부원장 등 3명이 2016년도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임의로 채용 기준을 바꾸거나 계획보다 채용인원을 늘리는 등 방법으로 부적격자를 선발한 혐의(업무방해·직권남용 등)를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금감원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감원 채용과정에서 모두 16명의 당락이 부당하게 바뀌었다”며 “김수일 전 부원장과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가 연루됐다”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통보했다. 동시에 이들에 대한 수사도 검찰에 요청했다.


금융권은 검찰의 이번 채용비리 수사가 단순한 임원 한두 명의 비리로 끝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금융권 현직 고위 임원들이 채용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전황이 흘러나오고 있는데다 만에 하나 추가로 채용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더구나 금감원은 물론 시중은행이나 국책은행·금융공기관은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만큼 외부에서 직간접적인 채용청탁도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을 감독하는 금감원조차 인사담당 책임자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부당하게 신입직원을 채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중은행도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를 부탁하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당사자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검찰 수사 결과 연루 사실이 하나라도 확인될 경우 금융권 전반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 채용비리 수사가 확대돼 시중은행이나 다른 국책은행 등으로 확산될 경우 금융권 사정 바람은 더 거세질 수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 이어 민간 금융사까지 적폐로 몰리고 주요 기관 수장들에 대한 교체 바람이 분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13일 김수일 전 금감원 부원장이 변호사 직원 채용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또다시 검찰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금감원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조직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쇄신책을 내놓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일범·박진용기자 squiz@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