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국계 투자은행 등 IB업계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 지분 60.39%를 22억7,000만유로(27억 달러)에 인수했다. 우리 돈으로 3조611억원에 달한다. 유니레버와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지난 22일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매각 절차를 마무리했다.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 인수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 발판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레버는 1986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30년 가까이 성장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3·4분기부터 중국 매출이 20% 급감했다. 중국 내수 기업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카버코리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에도 지난해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서 마스크팩을 하루 만에 65만장 판매할 정도로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니레버가 중국의 온라인쇼핑 등 현재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고급화 전략을 통해 중국시장 재공략에 들어갈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니레버는 유지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다국적기업으로 주력 제품으로는 도브(Dove), 바셀린(Vaseline) 립턴(Lipton) 등이 있다. 유니레버는 1993년 유니레버코리아를 세워 한국시장에도 진출했다.
카버코리아는 매각을 대비해 몸값을 최고조로 올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카버코리아의 주력 브랜드인 AHC는 그동안 홈쇼핑 제품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이달 초 A.H.C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점을 떼고 ‘AHC’로 변경하고, 제품 라인업 역시 아이크림 중심이었다면 앰플 등으로 다양화했다. 신제품은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도 판매하는 등 젊은 연령층 공략을 위해 판매 채널도 변경했다.
한편 이번 계약은 국내 화장품 기업 M&A에서 기존 최고가를 6배 가까이 갈아치우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0년까지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삽을 4,667억원에 인수한 것이 최고가였으나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이 2016년 카버코리아 지분을 4,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이를 갈아치운 이후 이를 다시 6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매각하면서, 좀처럼 깨기 힘든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일각에서는 인수가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최고가 인수 논란도 나오고 있다. 카버코리아가 다른 화장품 업체에 비해선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의 여파가 약하지만, 이미 역성장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1·4분기 EBITA 마진율은 37.7%로 최근 3년 사이 처음으로 성장률이 둔화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카버코리아가 다른 화장품 브랜드보단 사드 영향을 잘 이겨내고 있지만 이미 최고점을 찍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베인캐피탈 컨소시움이 적절한 시점에 매각을 결정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