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YTN TV캡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미국의 행동은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미국의 무력시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폭탄에 강하게 반발했다.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랜서를 동원한 미국의 무력시위에 대한 대응이다. 리 외무상은 뉴욕 숙소인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호텔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북한 영공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 외무상은 ”누가 더 오래가는지는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란 말을 남기고 귀국길에 올랐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예상보다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기자회견이 50분 정도 늦춰지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미 전략폭격기를 격추 시키겠다는 표현은 기존보다 위협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한 완전파괴’ 연설로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진 이후 미국은 23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북한 동해 쪽 국제 공역에서 군사행동을 전개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24일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청와대는 “B-1B 전략폭격기의 비행훈련은 미국과 한국의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쳤다”며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속에서 이뤄진 작전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미국과 북한은 서로 ‘말폭탄’을 쏟아내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리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는 상식과 정서가 온전치 못한 데로부터 우리 국가의 최고 존엄을 로켓과 결부해 모독하려 했다”며 “미국 땅의 무고한 생명 들이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트럼프 책임”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조롱하고 북한의 ‘완전 파괴’를 언급한 데 대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수위 조절에 나섰다. 미국 ABC방송에 출연한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인과 동맹국들의 안전”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전쟁이 발발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우리는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모든 (대북)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재차 밝히면서 ‘군사적 옵션’이 허언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이 날 미국과 북한을 싸잡아 언행을 신중히 하라고 경고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 각국은 언행에 신중해야만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달하는 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