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미용 혹은 흥미의 차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여자의 몸’을 보고 이야기 하는 ‘바디 액츄얼리’는 남자들 뿐 아니라 여자들에게 있어서도 ‘낯선 신세계’와 같았다. 여자의 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사회 속 ‘바디 액츄얼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정보뿐 아니라, 알고 있었음에도 말할 수 없는 정보들을 전했고, 이에 공감한 시청자들은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했다.
사진=온스타일
“처음부터 ‘여자의 성에 대해서 다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터부를 깨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이지윤 PD가 말하는 ‘바디 액츄얼리’의 출발점은 ‘작은 필요성’이었다. 전부터 미용이 아닌 여자의 건강을 다루는 프로그램 제작의 필요성을 느꼈던 이지윤 PD는 온스타일의 타켓층이 ‘20~40대 여성’으로 맞춰지면서, 더욱 더 이들에게 필요한 조금 더 실질적인 정보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태어난 프로그램이 바로 ‘바디 액츄얼리’였다.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은 건강보다는 ‘외모’ 즉 어떻게 하면 ‘날씬해질까’에 관심을 보여 왔고, 이를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일이 많았죠. 살을 빼기 위해서, 아픈 것을 참고 견디는 일들이 많은데, 그러지 말고 건강하게 내 몸을 가꾸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강과 아름다움을 거래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죠.”
‘바디 액츄얼리’의 첫 방송 주제는 생리와 질염이었다. 사실 1화의 메인은 ‘생리’가 아닌 ‘질염’이었다. 이를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지윤 PD는 생리가 ‘터부’ ‘타푸아’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생리 자체가 터부라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근본적인 시작은 생리이고, 사회 인식에 대한 터부부터 깨자는 상징만으로도 다뤄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죠. 사실 시작함에 앞서 ‘0편’ 개념으로 사회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사회 실험’을 정말 많이 했어요. 바지에 생리혈이 묻은 여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클리토스를 그려달라는 등의 실험을 펼쳤고, 이를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해 대놓고 말을 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구나 싶었죠.”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당시, ‘바디 액츄얼리’는 타이밍 좋게 생리에 대해 다뤘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쏠렸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부분 중 하나는 생리대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생리컵’을 소개해줄 뿐 아니라, 여성들에게 낯선 사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줬다는 점이다.
“발암생리대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이제 생리대도 함부로 못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됐잖아요. 그러다 나온 것이 생리컵인데, 사실 최근에 이슈가 생기면서 알려진 거지, 생리컵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소개차원에서 생리컵이라는 아이템을 다뤘죠.”
“생리컵이라고 해서 완벽하지는 않다. 이 조차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 이지윤 PD는 발암 생리대 논란에 대한 조심스러우면서도 솔직한 생각을 내비쳤다.
“생리대는 인류의 절반이 쓰는 필수품이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준’이 없죠. 최근 연구의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했는데 그 조차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실정이죠. 치질에 걸릴 때 사용하는 기저귀가 있는데, 합법적으로 전성분이 공개된 반면, 정작 생리대는 그게 없다. 20년 동안 9번이나 법안으로 제안이 됐는데도 이뤄지지 않았죠. 기본적인 것을 연구하고 조사해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예요.”
“만약 남자가 생리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됐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 이지윤 PD는 “사실 애매한 문제이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에, 발암 성분이 들어간 생리대를 쓴다고 해서 ‘자궁경부암’에 걸린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발암생리대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지윤 PD는 적어도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면, 자신이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이에 따른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도만은 알고 사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사람에 따라서 생리대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탐폰이고 생리컵이고 대체 용품들이 나온 것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알아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른 거잖아요. ”
사진=‘바디 액츄얼리’ 캡처
이 같은 이지윤 PD의 말은 ‘바디 액츄얼리’의 생리컵 소개와 궤를 같이 한다. 방송 직후 일각에서는 ‘생리컵 권장’이 아니냐는 목소리에, 이지윤 PD는 “생리컵도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저는 앉아 있는 직업이기에 생리컵이 불편했다.”고 말했다“우리나라는 생리컵 자체를 안 썼고 그러다보니 기준이 없기에, 생리컵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생리컵 홍보 방송이냐’는 말도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생리컵이 ‘대안’이 아닌 ‘제 3의 선택지’라는 거죠. 생리는 참는다고 참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적어도 옵션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생리컵이 안 맞아요. 정수영씨도 사용후기로 ‘이물감이 있고, 활동할 때만 쓰겠다’고 말하셨잖아요. 질 안으로 들어와서 패킹이 되는 것이고, 방광을 눌러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불편함도 있더라고요. 늘 앉아 있다 보니 복부압박감도 느껴졌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에게는 안 맞다’였어요.”
생리컵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많아진 만큼 이지윤 PD는 이에 대한 후속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리컵이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는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수입만 가능하죠. 해외에서도 보편적인 것은 아니기에, 사례연구도 충분하지 않아요. 탐폰도 초반에 썼을 때, 그때 유독 발생했던 질환이 있었듯이, 생리컵으로 인한 새로운 이슈가 나올 가능성도 있죠. 앞서 생리컵이라는 ‘완전 신문물’을 소개하는 단계였다면, 후발 방송에서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다룰 예정이에요. 어떻게 하면 알고 건강하게 쓰느냐가 중요한 거죠.”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