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의미하는 ‘연기돌’. 윤계상(39·사진)이야 말로 ‘원조 연기돌’이다. 1999년 god로 데뷔한 이후 2004년 ‘형수님은 열아홉’과 ‘발레 교습소’를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걸었으며, 시트콤 ‘하이킥 : 짧은 다리의 역습’(2011~2012)에서는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보건소 의사를, 영화 ‘비스티 보이즈’(2008)와 ‘풍산개’(2011)에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꾸준히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서중원 역을 맡아 god 시절에 견줄 만큼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극악무도한 조폭 장첸 역으로 돌아왔다. 처음 도전하는 악역에서 순한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하고 철저하게 장첸이 된 그를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연기 변신이 성공적이었고 ‘범죄도시’도 추석 개봉작 중 최약체로 꼽혔으나 이제는 ‘다크 호스’다라는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하자 “착하고 지질하고 방황하는 청춘 캐릭터가 주로 들어오는데 이번 작품으로 처음 악역에 캐스팅됐다. 그동안 정말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며 “극한의 악역에 군더더기 없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감 있는 시나리오도 맘에 들었는데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영화는 소재가 범죄인만큼 잔인한 장면이 상당하지만 웃음의 포인트도 만만치 않게 많아 장르가 헛갈릴 지경이다. 특히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장첸이 공항 화장실에서 벌이는 격투신은 가장 치열하면서도 가장 코믹한 장면으로 꼽힌다. 중국으로 떠나려던 중 장첸은 화장실에서 마석도를 보고 혼자 왔냐라는 의미로 “혼자냐?”라고 묻자 마석도는 “어, 나 싱글이야”라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낸다. 숱하게 NG를 냈을 것 같은데 정작 NG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극 중 캐릭터에 몰입했기 때문에 웃음이 나와서 NG가 나오는 상황은 없었어요. 그 장면에서 강도 높은 액션이 많아서 한 신 한 신 끊어서 갔는데, 마석도의 ‘어, 나 싱글이야’에 웃을 겨를도 없었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