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부재자투표가 열린 26일 투표를 마친 조합원들과 건설사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동훈기자
“사모님, 언제 도착하십니까. 투표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로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하루 앞둔 26일. 부재자투표가 치러진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 관리사무소 앞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투표를 마친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얘기를 나눴고 시공사 후보자인 현대건설·GS건설 영업사원들은 조합원들에게 전화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들도 휴대폰에 메모하며 조합원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경호원들은 투표장소를 통제하고 있었다.
이날 투표는 오전6시부터 오후8시까지 진행됐다. 조합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총 조합원 2,292명 가운데 1,893명이 부재자투표에 참여했다. 실제로 반포1단지 주차장으로 투표하러 온 조합원 차량이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반포1단지에 세를 주고 실거주를 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대거 부재자투표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부재자투표 결과가 최종 시공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주요 도시정비사업장에서 부재자투표가 현장투표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부재자투표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앞서 열린 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이 부재자투표에서 롯데건설을 100여표 차로 이기면서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반포주공1 재건축 시공사의 향배는 27일 뚜껑이 열릴 때까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초반에는 특화설계를 앞세운 GS건설로 기우는 듯했으나 현대건설이 7,000만원 무상 이사비 지원을 내세우면서 상당수 표심이 돌아섰는데 정부가 무상 이사비 지원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조합원들이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투표를 마친 한 조합원은 “믿음직한 설계를 제시하고 아파트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건설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GS건설은 향후 정비사업 질서 회복을 위해 공정한 경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GS건설 측은 이날 자료를 통해 “앞으로 수주전에서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위법 사례가 없도록 현재 진행되는 모든 재건축 영업에 대한 지도와 단속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며 “단돈 5,000원이라도 앞으로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사소한 식사나 선물 제공 등이 일절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대건설도 재건축 수주전에서 깨끗하고 공정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시공사 선정 총회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이라는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본투표는 27일 오후2시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러진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