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거액의 상금은 한번 거절하면 절대 다시 받을 수 없다. 1964년 수상자인 장폴 사르트르는 나중에 형편이 어려워지자 변호사를 통해 뒤늦게 상금 수령 여부를 물었다가 단번에 퇴짜를 맞기도 했다. 여러 명이 공동 수상하는 경우 인원수대로 똑같이 상금을 나누다 보니 금액이 크게 줄어들기도 한다. 2015년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상금 용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베이징에서는 아파트 거실의 절반도 사기 힘들다”며 푸념했다. 당시 공동 수상자가 3명이어서 그에게 돌아갈 상금이 3억원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대체로 ‘평범하고 세속적인 방식’으로 상금을 사용한다. 주택을 매입하고 자녀 교육에 쓰거나 집 마당에 크리켓 구장을 만들기도 한다. 일부는 호화로운 요트나 고급 모터사이클을 장만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후안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상금 전액을 내전 희생자들을 위해 기부했고 아웅산 수지 여사는 미얀마인을 위한 건강과 교육신탁을 설립하는 데 쾌척했다.
올해부터 노벨상 상금이 800만크로나에서 900만크로나(약 12억7,000만원)로 오른다는 소식이다. 2012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상금을 20%나 삭감했던 노벨재단이 재정 안정을 되찾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노벨상은 다음달 2일 의학상을 시작으로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반드시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