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깃발 /블룸버그
국제유가가 하루 사이 3% 넘게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브렌트유 가격은 2년 사이 최고치로 급등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하는 감산연장 기대감이 유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가운데 유가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WTI 11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2일보다 배럴당 3.1%(1.56달러) 오른 배럴당 52.22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4월18일 이후 최고치로 4거래일 연속 50달러대를 상회한 것이다. 특히 이날 유가는 전 저점인 6월23일의 최저가보다 22% 상승하며 ‘불마켓(상승장)’ 진입을 알렸다. 기술적으로 전 고점 대비 유가가 20% 오를 경우 상승장, 하락할 경우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브렌트유 역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11월 인도분도 3.80%(2.16달러) 오른 59.02달러로 마감하며 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6월 약세장에 진입했던 국제유가가 3개월여 만에 상승장으로 복귀하면서 유가의 향방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가 깜짝 반등한 원인을 OPEC이 주도하는 하루 180만배럴 감산이 연장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5월 OPEC을 비롯한 글로벌 산유국 10개국은 내년 3월까지 감산을 지속하기로 합의했으며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지난달 감산 이행률은 116%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8월 94%에서 2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연구원은 “실제로 수급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시장이 확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수요도 강세를 띠고 있다. 이달 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평균 150만배럴에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60만배럴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쿠르드의 독립투표 역시 유가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WSJ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원유를 보내는 송유관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한 후 유가가 올랐다고 전했다.
다만 유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을 여전히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바트레이드의 에이드리언 머피 수석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 수급 균형의 조짐이 있지만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OPEC과 회원국들이 2018년 3월 이후 감산을 연장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해리 칠링기리언 원자재시장 전략 대표는 “여름 성수기와 허리케인, OPEC 감산 등 원유 공급 제한이 맞물리면서 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른 것”이라며 “가을에는 석유제품 수요와 원유 처리량이 감소하면서 OPEC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