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명인 허윤정 /사진제공=나승열 작가
“클래식이라고 하면 으레 서양음악을 떠올리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퓨전 국악’을 관객들이 듣고 국악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내달 13일 클래식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갖는 거문고 명인 허윤정(사진)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악 전용 극장이 아닌 ‘클래식’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은 내게도 신선한 도전”이라며 이 같은 바람을 드러냈다.
허윤정은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클래식 스타 시리즈’의 두 번째 주자로 내달 13일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 강충모 (10월12일), 트리오 가온(10월26일), 소프라노 서예리(10월27일), 바이올리니스트 김민(10월28일) 등 클래식을 전공한 아티스트들의 틈에서 허윤정은 우리 고유의 가락에 재즈의 즉흥성과 현대음악을 가미한 ‘퓨전 멜로디’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물론 허윤정은 이번에도 그가 이끄는 블랙스트링의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꾸민다. 블랙스트링은 허윤정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 타악 연주자 황민왕, 기타리스트 오정수 등이 지난 2011년 결성한 퓨전 국악그룹이다. 이들은 지난해 국악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독일 유명 재즈 음반사인 액트(ACT)와 정규 음반을 낼 정도로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국악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국악과 교수이기도 한 허윤정은 평소의 예술적 소신이나 다름없는 ‘통섭’과 ‘교차’의 미학을 무대 곳곳에 심어 놓을 예정이다. 그는 “공연의 1부에서는 전통음악을, 2부에서는 현대음악을 들려주는 편안한 ‘레퍼토리’를 지양하자고 멤버들과 뜻을 모았다”며 “70분 동안 이어질 공연의 맨 처음과 뒷부분에 현대곡을 넣고 한복판을 전통음악으로 구성해 고유의 가락이 지닌 힘과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윤정이 지난해부터 모교인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 역시 ‘현장’과 ‘이론’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에서다.
이런 소신과 바람 아래 허윤정은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를 ‘흐르는 떠가는’, ‘결’, ‘거문고 산조’, ‘인당, 청의 바다’ 등의 순서로 짰다. 물론 정형화된 틀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목표인 만큼 따로 악보를 무대에 비치하지 않고 최대한 즉흥성을 살려 생생한 음악을 들려주겠단다. 허윤정은 “언제부터인가 국악이 악보에 얽매이면서 가락에 담긴 본질적인 에너지가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악보 없는 연주를 통해 즉흥성을 회복하고 되살리자는 것이 요즘 붙들고 있는 가장 큰 화두이자 이슈”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보통 전통음악은 국악 전문가가 아니라면 감동을 얻기 쉽지 않다”며 “이번 공연에는 일반 청중들을 위해 현대적 멜로디를 곳곳에 입힌 만큼 공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오면 우리 국악과 거문고의 숨은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나승열 작가
거문고 명인 허윤정 /사진제공=나승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