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 대화’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선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연합뉴스
“과학자들, 연구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인정받는 것, 간섭받지 않는 것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이낙연 총리가 28일 한국 과학기술의 산실, 대전을 찾아 중소·벤처기업인과 창업 동아리 대학생들을 직접 만나 규제 혁파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했다. 이날 대전 방문은 지난 7일 정부가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 총리의 첫 현장 행보다. 특히 이날 이 총리는 그 동안 중기·벤처들의 발목을 잡았던 현장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도 직접 내놓았다. 또 정부는 오는 10월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고, 11월에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불합리한 행정조사 정비계획도 확정하기로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현장 대화에서 카이스트의 전신인 키스트(KIST)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총리는 “최형섭 키스트 초대 원장에게 박 전 대통령은 ‘키스트는 감사를 받지 않을 겁니다. 마음 놓고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리고 실제로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키스트는 감사에게 빼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과학자, 연구자들의 사기 진작과 더불어 미래 산업을 위한 연구와 도전에 대한 불간섭, 즉 규제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또 이 총리는 “내년도 과학기술 예산이 20조원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과학기술 예산이 SOC 예산보다 처음으로 많아진다”며 “문재인 정부가 미래를 향한 준비를 꽤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창업원에서 이낙연 총리가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는 그간 총리실이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기업 현장 문제점으로 파악한 부분에 대한 개선책도 현장에서 직접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성장 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창투사 설립시 필요한 납입자본금 요건을 완화해 창투사 설립을 촉진하고, 연구소 기업 설립주체의 최소 지분율 규정을 현행 20% 이상에서 자본금 규모에 따라 10~20%이상으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연구소기업 창업을 활성화해 이 곳에서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무급가족 종사자 117만명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또 현장 종사자들의 소득 증대와 장기 근속 유도를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안전모의 통기 구멍을 허용하고, R&D(연구개발)사업비의 민간부담금 처리 기준도 개선하는 등 현장에서 체감해서 건의한 문제점도 손보기로 했다. 이밖에 단열재 열전도율 시험기준, 주방용 세척제 제조시설 기준 등 제조업체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한 세세한 부분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현장 문제점 해소책을 포함한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방안은 다음 달 중 내놓기로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무엇보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이나 비용이 턱 없이 모자란 중소·벤처기업에 무거운 짐으로 작용해온 불합리한 행정조사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벤처 중소기업이 짊어지고 있는 현장조사, 시료채취, 보고, 자료제출 등 각종 행정조사는 595가지나 된다. 이에 따라 행정조사 정비계획을 오는 11월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