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은 28일 이명박 정부를 향한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인 사찰 및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 개혁위는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담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에 대한 심리전을 펼쳤고 지난 18대 대선에 개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적폐청산의 칼끝이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 정부 인사들로 향하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발표하기로 하고 시기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여야 4당 대표 만찬 회동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자 이튿날 즉시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정치보복 논란에 대해 “실제 비리가 불거져나오는데 그것을 못 하도록 막을 수 없다”며 적폐청산 완수 의지를 내비쳤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을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추가 입장을 낼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번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정치권의 적폐청산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측근들의 총선 출마를 지원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하며 ‘관권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을 감옥에 처넣고 보수우파의 씨를 말리겠다는 속셈”이라고 발끈했다.
국민의당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대단히 조급하고 성급한 태도”라며 “자중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전전(前前) 대통령으로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자중해야 할 분이 현실정치로 뛰어들며 오히려 정쟁을 부추기는 모습”이라며 “오늘 국민의당이 제안한 ‘국가정보원 특별검사’로 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류호기자 rho@sedaily.com